'봉동이장' 최강희(57) 전북 현대 감독과 '황새' 황선홍(48) FC 서울 감독이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다.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승리에 대한 갈망은 숨기지 않는 솔직한 출사표였다.
두 팀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 경기를 치른다.
ACL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러 1, 2차전 합계 성적으로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 전북과 서울 중 한 팀은 무조건 결승에 진출하는 만큼 K리그의 자존심이 이들 두 팀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 팀이 ACL 정상에 오른 것은 2012년 울산 현대가 마지막이다.
먼저 기자회견에 나선 최 감독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무덤덤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밟게 된 4강 무대에서 K리그 팀과 격돌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은 숨기지 않았다.
최 감독은 "ACL 4강에 K리그 두 팀이 올라왔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주변국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전북과 서울 두 팀 중 어떤 팀이 결승에 올라가더라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K리그 팀이 꼭 올 시즌 ACL에서 우승해 리그 도약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도 "이렇게 큰 대회에 K리그 두 팀이 4강까지 올라 온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물론 승리에 대한 의욕은 존중과는 별개였다. 최 감독은 "홈 앤드 어웨이 경기는 1차전 홈 경기 결과가 중요한 만큼 모든 것을 동원해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총공세'의 의지를 드러냈다. 전술적인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비밀인데…"를 연발하며 고개를 저었다. 최 감독은 "시즌 전적에서 우리가 전승(3전3승)으로 앞서 있지만 리그와 ACL은 다르다"며 자칫 방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권순태(32) 역시 "서울은 강팀이지만 리그를 통해 많이 경험했고, 상대의 장점을 파악해서 준비했다. 안방에서 하는 경기이니 실점 없이 경기하겠다. 설령 실점하더라도 한 골로 막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적은 열세라지만 서울이라고 호락호락 당할 생각은 없다. 황 감독은 "오히려 열세를 한 번에 갚아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1차전 승리로 유리한 입장에서 다음 경기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가 부임한 뒤 당한 지난 두 번의 패배 때와는 다른 양상의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2013년 서울에서 ACL 결승을 경험했던 데얀(35)도 오랜만에 진출한 4강 무대를 앞두고 "준우승과 같은 기분은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데안은 "우리는 여기 포기하러 온 것이 아니다. 우연히 4강에 진출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리그에서 2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