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사직 롯데-삼성전. 김용국(52) 삼성 수비코치가 경기 전 내야수 박석민, 김상수, 조동찬에게 연신 펑고를 쳐주고 있었다. 잠시후 삼성 나바로(27)가 김용국 코치에게 다가가 배트를 뺐더니 갑자기 펑고를 치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가끔 큰 목소리로 나바로를 나무랐고, 나바로는 선수들이 공을 뒤로 빠트리면 큰 목소리로 받아쳤다. 10여분간 50~60개의 공을 때린 나바로의 '펑고 과외(?)'는 그렇게 유쾌했다.
그렇다면 나바로의 펑고 실력은 어떨까? 김상수는 "그냥 노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나바로는 코치하면 안 되겠더라"며 "기술적 세밀함과 강도 조절 없이 무조건 세게 때린다"고 평가 절하(?)했다. 전문가의 시선에도 마찬가지다. 김용국 코치도 "펑고 실력은 영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평소에 내가 펑고를 쳐주면 공을 잡는 모습만 볼 수 있지 송구하는 부분은 거의 못 본다"며 "나바로가 내 역할을 잠시 수행함으로써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바로는 "김용국 코치와 난 친구다"고 웃으며 "최근에 펑고를 치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다"고 말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나바로는 효자 외국인 선수다"고 칭찬한다. 나바로는 27일 현재 99경기에서 타율 0.317, 26홈런, 83타점, 18도루를 기록 중이다. '홈런치는 1번타자'로서 배영섭(경찰 야구단)의 공백으로 인한 팀의 톱타자 걱정을 말끔히 해소했다. 또한 역대 38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도루 2개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를 달성하면 외국인 선수로는 4번째 주인공이 된다. 총 96득점으로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2001년 우즈 101개) 경신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선수들과의 융화력도 뛰어나다. 가끔씩 불펜피칭도 하는데 윤성환에게 "내 투구폼을 배우라"고 농담까지 던진다. 최근에는 "인사 안 하나"라는 한국말을 배워 지나가는 선수들의 배꼽을 움켜쥐게 한다. 김상수는 "이제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을 파악하고선 '인사 안 하나'라고 장난친다"고 귀띔했다.
'실력'과 '개그 본능'을 모두 갖춘 나바로, 예뻐할 수 밖에 없는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