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8)의 방망이가 아주 매섭다. 하위권의 처져 있는 소속팀과는 다르다. 특유의 몰아치기가 시작됐다.
로사리오는 지난 11일 삼성전부터 13일 넥센전까지 4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들어 홈런포가 더욱 불을 뿜고 있다. 5월까지 홈런 9개(41경기)를 기록한 그는 6월 이후 22개(53경기)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보냈다. 이달 9경기에서는 7개의 홈런을 때려 냈다.
홈런 순위도 껑충 뛰어올랐다. 두산 김재환(30개)과 SK 한동민(29개)을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부문 1위 SK 최정(38개)와는 8개 차. 사실상 홈런왕은 어렵다. 그러나 외국인 타자 가운데는 로사리오가 홈런 1위다. NC 재비어 스크럭스(23개)가 외국인 선수 가운데 로사리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 중이다.
로사리오는 몰아치기에 능하다. 지난 6월 16~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주말 3연전에서 홈런 8개를 몰아쳤다. KBO 리그 역대 3연전 최다 홈런 기록을 다시 썼다. 6월 16일에는 KBO 리그 역대 세 번째로 4연타석홈런을 작렬했다. 또 8월에만 두 차례나 한 경기 멀티홈런을 기록했다.
로사리오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우승자' 징크스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털어 냈다. 최근 수년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우승자는 후반기 들어 홈런포가 주춤했다. 하지만 로사리오는 후반기 홈런이 아홉 개로 가장 많다.
그의 다음 목표 중 한 가지는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KBO 리그 첫 시즌인 지난해에는 홈런 33개(공동 4위)를 때려 냈다. 앞으로 홈런 3개만 추가하면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아직 올 시즌을 30경기 이상 남겨 두고 있는 데다 최근 페이스를 고려하면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로사리오 역시 "지난해의 홈런 33개를 뛰어넘고 싶다. 그렇다면 기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로사리오는 2011부터 2015년까지 빅리그 5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73·71홈런·241타점을 올렸다. 한화에 와서 팀 외국인 타자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127경기에서 타율 0.321·33홈런·120타점을 기록하며 한화 구단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최근에는 한화 역대 두 번째이자 25년 만에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터뜨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로사리오 이전에는 빙그레 시절인 1991~1992년 장종훈(각각 35홈런, 41홈런)밖에 없었다.
한화는 올 시즌 유독 부상자가 많은 팀이다. 14일까지 로사리오는 정근우(100경기)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94경기에 출장했다. 홈런과 타점(88개)은 가장 많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는 1.043으로 팀 내 1위.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로사리오를 보기 위해 해외 스카우트의 발걸음이 점점 몰린다. 그는 지난해에도 한화의 제안을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최우선에 둔 적이 있다. 로사리오는 "스카우트들이 나를 보러 왔는지는 모르겠다"고 한 발 물러서며 "그저 야구를 즐기며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할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