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22)은 1라운드 지명 소감을 묻자 울컥했다. 타국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돌고 돌아 마침내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김성민은 22일 서울 양재동 THE-K 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 2차 지명에서 1라운드 6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았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김성민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밝게 웃으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SK는 지난해 김동엽(9라운드)에 이어 2년 연속 해외파 선수를 지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명을 받았다. 김성민은 대구 상원고 2학년 시절이던 지난 2012년 볼티모어 입단을 추진했다. 그러나 규정상 고교 졸업반이 아닌 선수는 국내외 프로 구단과 접촉할 수 없다. 볼티모어가 KBO를 통한 김성민의 신분조회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망주 빼내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한야구협회는 선수등록 규정을 위반한 김성민에게 '무기한 자격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설상가상 볼티모어가 계약을 없던 일로 하면서 김성민은 '미아'가 됐다. 볼티모어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국제미아' 위기에 놓인 김성민은 일본 대학 진학을 택했다. 후쿠오카 경제대에 입학해 야구를 이어갔다. 2014년 대한야구협회는 김성민에 대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해제했다. 대학 졸업반이 된 김성민은 지난 7월 KBO 드래프트 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4년 동안 바다를 두 차례 건너며, 야구의 끈을 이어간 끝에 마침내 KBO리그 무대를 밟을 기회를 잡았다.
김성민의 참가 의사를 확인한 KBO는 두 가지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일본프로야구(NPB)에 김성민의 신인 지명 참가 사실을 알린 뒤 "참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NPB 외국인 선수 예외 규정에는 "국적과 상관없이 일본 대학 졸업 예정인 선수는 외국인 선수로 보지 않고, 일본인 선수처럼 드래프트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김성민으로부터 "KBO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을 경우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았다.
김성민은 "해외파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는데, 당시 몸 상태가 100% 아니었다. 구단 관계자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아서 걱정했다. 1라운드 지명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일본에서 꾸준히 던지면서 몸을 관리해 왔다. 부상 부위의 통증은 없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군에 올라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