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어 온 최진철(45)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상위 스플릿 잔류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강등권으로 분류되면서 부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최 감독은 2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광주 FC와 경기가 끝난 뒤 "오늘이 마지막 경기다.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었다. 포항은 최근 4연패에 빠졌다. 고별 경기가 된 광주전에서 1-0 승리를 거뒀으나, 6위 팀과 골득실 차이가 너무 커 사실상 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내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포항은 순위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전남 드래곤즈전을 시작으로 지난 21일 홈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트전까지 4연패에 빠졌다. 올해 처음으로 1부리그에 진입한 수원 FC를 상대로는 3경기에서 맞붙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상대적 약체 팀에 패전을 늘려가면서 상위 스플릿은커녕 강등을 걱정할 처지에 몰렸다.
K리그 밖에서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FC)는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FA컵은 16강에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의 부천 FC에 0-2로 지면서 망신을 샀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 감독은 사퇴는 시간 문제였다고 한다. 구단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 측은 이번 시즌 뒤 최 감독 경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최 감독이 떠난다는 걸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최 감독도 광주전에 앞서 이미 짐 정리를 마쳤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빨리 사퇴가 이뤄진 데에는 최하위 인천에 당한 일격이 결정적이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인천에 패한 것이 결정타였다. 사실 올해가 최 감독의 부임 첫 시즌 아닌가. 8~9위만 해도 괜찮은 듯한 분위기였는데 한 때 10위로 떨어지고 강등권 이야기마저 나오자 구단에서 기다려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팀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최 감독의 속인들 편했을리 없다. 그는 "계약기간(2년) 동안 자신 있었으니까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아쉽다"면서도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책임회피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자존심도 상하고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어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준 선수단에 고맙다. 채우지 못한 부분도 있고, 팀이 무너진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