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은 지난 주말 두산과의 잠실 2연전에서 모두 손맛을 보며 시즌 홈런수를 13개까지 늘렸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4개였다는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홈런 페이스다. 현재 리그에서 홈런 13개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는 37명. 이 중 200타수를 소화하지 않은 타자는 김성욱과 최승준(SK·176타수 19홈런) 둘 뿐이다. 순장타율은 0.248(팀 평균 0.167). 장타력에서 타율을 뺀 순장타율은 높을수록 장타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김성욱의 순장타율은 팀 간판타자 나성범(0.226)을 능가한다. 우람하지 않은 체격조건(181cm, 83kg)을 감안하면 의외성이 있는 장타력이다.
바닥에서 끌어올린 성적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김성욱은 첫 49경기에서 타율 0.075(40타수 3안타)에 그쳤다. 45타석에서 골라낸 볼넷도 고작 2개. 출루율은 0.136으로 2할이 되지 않았다. 소화한 타석의 24.4%가 삼진.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는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정해놨던 목표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떨어지다 보니까 조급함이 생겼던 것 같다. 더 잘해야 하는데, 안 되니까 답답한 게 있었다"고 회상했다.
터닝포인트는 6월 5일 사직 롯데전이었다. 김성욱은 그 경기에서 6타수 4안타(2홈런)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롯데전을 포함해 이후 54경기에서 타율 0.329, 13홈런, 37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초반에 워낙 안 좋았는데, 계속 생각하고 코치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감이 좋아졌다. 경기를 계속 나가면서 페이스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에 대한 건 딱히 생각을 안 해봤다. 초반에 워낙 안 좋았다"며 "많이 나오니까 나조차도 신기하다"고 놀라워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김성욱이 갖춘 파워를 일찌감치 알아봤다. 김 감독은 "처음 입단했을 때 2군 경기에서 센터로 만루 홈런을 때리더라. 좌측이나 우측 방향 홈런은 손목 힘이 좋으면 가능하지만 가운데 담장은 다르다"며 "'이 친구가 좋은 펀치력이 있구나' 싶었다. 잦은 펜스 플레이 때문에 어깨 상태가 좋지 않지만 출전시키고 있다.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몸이 안 좋을 때 나가서 집중해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김성욱이 타율 1할을 치지 못할 때도 엔트리 말소 없이 꾸준히 1군에 뒀다. 그만큼 신뢰가 강하다.
김성욱은 선발 체질이다. 교체(타율 0.206, 2홈런)로 들어서는 것과 선발(타율 0.289, 11홈런)로 나갈 때의 기록 편차가 크다. 그는 "대타로 치는 것보다 수비를 1이닝이라도 하고 타석에 들어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최근 선발 출전 빈도를 높이면서 개인 첫 시즌 50안타를 넘어섰다. 김성욱은 "하루 아침에 바뀌어서 나도 신기했다. 어떻게 타율 7푼을 치던 사람이 바뀔 수 있나.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경기마다 안타 하나씩을 때리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