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삼은 두산에 '복권'과도 같은 존재다. 잘 던질 때에는 특급 투수가 됐다가도, 제구가 잡히지 않는 날은 벤치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든다. 홍상삼의 활약 여부는 두산 벤치가 그날 복권에 당첨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인 셈이다.
올 시즌에도 홍상삼의 제구력 불안은 여전하다. 5경기에 불펜으로 나와 1패 1홀드·평균자책점 9.82를 기록 중이다. 경기 내용이 들쭉날쭉하다.
그럼에도 두산은 홍상삼 카드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홍상삼은 시속 150km대에 달하는 직구와 각이 좋은 슬라이더, 낙차 큰 포크볼 등을 던진다. 상대팀 선수들은 "홍상삼의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타자들이 알고도 못 치는 공을 던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직의 변화를 주는 것은 어떨까. 한 해설위원은 "홍상삼의 경우 볼넷이 많은 선수다. 선발 투수라면 경기를 길게 보고 가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오지만, 불펜은 단기간에 승부를 보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도 적다"면서 "홍상삼의 투구 스타일이나 구위를 보면 선발로 전환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두산에는 이미 불펜에서 선발로 보직 전환을 해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노경은과 유희관이 불펜으로 시작한 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선발로 나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홍상삼은 선발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1군에 데뷔한 2009년 선발 유망주로 9승을 따내며 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이듬해 부상과 제구력 난조로 4승을 거두는 데 그쳤으나, 김경문(현 NC) 당시 두산 감독은 "홍상삼은 높은 타점과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선발로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김진욱 전 두산 감독도 2013시즌을 앞두고 "홍상삼을 앞으로 1~2년 내에 선발로 (보직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시즌 초반 두산의 선발진 4명은 확실히 정해졌다. 니퍼트를 비롯해 노경은과 볼스테드, 유희관이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그러나 5선발 자리는 오리무중이다. 이재우가 힘을 내고 있긴 하지만, 확실한 5선발감이라 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권명철 두산 투수코치는 "그것(홍상삼의 선발 전환)은 감독님이 결정하실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노)경은이를 빗대어 생각해 보면 중간으로 나갈 때는 자신이 갖고 있는 커터 등 좋은 변화구를 던지지 못했다. 중간 투수는 주로 주자가 있는 상황에 나가기 때문에 변화구로 여유롭게 타자와 승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로 보직이 바뀌면서 경은이가 변화구를 살리는 피칭을 했다. 타자와의 수싸움을 다양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삼이도 경은이만큼 좋은 변화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2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24일 경기에 등판 예정인 5선발을 묻는 질문에 "1군 엔트리에 있으며, 오른손 투수"라고 힌트를 줬다. 김수완과 오현택, 홍상삼으로 좁혀지지만, 이날 김수완과 오현택은 불펜 대기를 했다. 결국 홍상삼이 5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