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가 지난 20일 드디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1000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택시운전사'는 타지에서 온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1980년의 광주를 바라보며 타 광주 소재 영화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1980년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는 '화려한 휴가'(2007), '꽃잎'(1996), '박하사탕'(2000) 등이 대표적이다. 최고 관객수 기록은 '화려한 휴가'가 가지고 있었다. 당시 685만이 극장에서 '화려한 휴가'를 지켜봤다. 택시운전사'가 이보다 300만여 명 많은 1000만명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것은, 광주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시간은 흘렀어도 비극을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이고, 광주가 더 이상 그들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영화의 흥행으로 2017년을 살고 있는 평범한 이들은 자주 광주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스크린에 차마 담아내지 못한 비극은 무엇인지, 비극의 가해자는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37년이 지났지만 기억은 더욱 생생해졌다. 최근 일련의 국정농단사태를 겪은 사람들은 1980년대의 대한민국와 지금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를 깨달았다. 영화 속 2003년의 대한민국, "광화문으로 가자"는 손님의 말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송강호 유해진 등의 배우들과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와 영화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이 늘 광주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국민 속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 이런 것이 이 영화의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80년 광주에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김사복씨가 숨겨져있던 광주의 비극을 전세계에 알렸듯, '택시운전사'는 광주만의 아픔이었던 역사를 모두의 비극적 역사로 만들었다. 한국 영화로는 역대 15번째로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지만, '택시운전사'가 '15번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고 위르켄 힌츠페터 기자는 결국 김사복씨를 찾지 못했다. 영화 말미 공개된 그의 인터뷰 영상에서는 "당신의 택시를 타고 달라진 대한민국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한다. '택시운전사'로 인해 달라진 대한민국을 김사복씨는 지금 어디선가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