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51) KIA 감독의 야구 스타일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다채로운 작전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KIA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 사령탑 시절 선 감독은 탄탄한 불펜을 구축해 '지키는 야구'를 구사하면서 뚜렷한 특징을 선보였다. 경기 초반이든 중반이든 점수가 필요한 상황에선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가 거의 정석이었다. 또 점수 차가 어느 정도 벌어져 패색이 짙으면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선수 운영을 하기도 했다. 130경기 가까운 시즌을 치르기 위해 '버릴 경기는 버린다'는 스타일이었다.
◇무사 1 2루, 번트 대신 강공
그런데 KIA 부임 후 3년째를 맞은 올 시즌 초반 선 감독의 야구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15일 한화전에서 그는 번트가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 KIA는 2-1로 앞선 6회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반드시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 타석에 들어선 안치홍은 번트 자세를 취했다. 연거푸 볼이 2개 들어오면서 번트는 대지 않았다. 그러자 선 감독은 2볼에서 3구째 안치홍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강공 작전을 주문했다. 결과는 2루수 앞 땅볼에 그쳤으나, 타구가 조금 옆으로 갔다면 대량 득점 찬스를 잡을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 4-4 동점인 9회말 무사 1루. 과거라면 100% 보내기 번트였다. 타석의 김민우는 앞서 4회 똑같은 무사 1루(1-1 동점)에서 희생번트를 잘 수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번트 자세에서 초구, 2구가 연달아 볼이 되자 3구째 강공 작전으로 바꿨다. 김민우는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타구를 보내 무사 1, 3루 황금 찬스를 만들며 작전을 성공시켰다. KIA는 5-4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한 번 실패했던 강공 작전을 과감하게 다시 주문한 선 감독의 선택은 해피엔딩이었다. 선 감독은 9회 상황을 두고 "그러는 게 작전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4회 무사 1, 2루에서 강공은 병살 위험이 많아 쉽지 않은 결정이다. 9회에는 상대 수비수가 계속 앞으로 들어오자 강공으로 바꿨는데 결과가 좋았다. 직선 타구가 1루수쪽으로 향했다면 또 더블 플레이가 될 뻔했다"고 평가했다.
◇0-5에서도 포기는 없다
16일 한화전에선 KIA 1선발 홀튼이 2회까지 5실점하며 무너졌다. 이전 3경기에서 20이닝 1자책(2실점)으로 호투한 홀튼의 초반 대량 실점은 KIA 벤치의 계산을 한참 벗어난 결과였다. 에이스의 난조로 어렵게 끌려간 경기, 하지만 선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2회말 공격에서 주전 포수 차일목을 빼고 외국인 타자 필을 대타로 내세우는 강수를 뒀다. 홀튼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필이 나오면 1경기에 외국인 선수는 2명만 출장할 수 있는 규정 때문에 KIA 마무리 어센시오는 기용할 수 없게 된다. 0-5로 뒤진 2회말 1사 1, 3루에서 마무리투수 없이 경기를 치르겠다는 뜻을 선수단에 보여줬다. 필은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렸고, 이후 이대형의 2타점 2루타로 KIA는 3-5까지 추격했다. 결국 8회 수비 실책으로 6-8로 졌지만, 4회에는 6-6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 감독은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도 바꾸고 있다. 경기 전 훈련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인사하면 "그래, 잘하고 있다", "몸은 괜찮냐" 등의 짧은 말을 건네며 눈을 맞추고 있다. 선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하며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작전과 경기 운영으로 선수들의 응집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