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극 '나의 나라'는 한순간도 눈 뗄 수 없는 압도적 몰입감으로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지난 12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전국 4.8%, 수도권 5.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절묘하게 얽혀가는 양세종(서휘), 우도환(남선호), 김설현(한희재)의 이야기는 회를 더할수록 그 밀도를 높여가며 시청자들을 극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선 굵은 서사에 더해진 비장미 넘치는 액션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호평을 쏟아냈다.
휘몰아치는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선까지 세밀하게 담아낸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은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품격이 다른 사극을 완성했다. 시청자들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사극의 묵직한 존재감에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새 나라 조선이 건국되면서 예측 불가능의 전개는 더욱더 힘을 받을 예정이다. 이에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던 결정적 순간들을 짚어봤다.
#살아남기 위한 양세종의 전쟁, 요동전장 원테이크 신
원테이크로 이어진 요동 전장 신은 전쟁의 참혹함과 양세종의 감정선을 동시에 전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거인들의 대의 앞에 번번이 희생당하는 평범한 민초들의 소의,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를 담담하게 담아내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인교진(문복), 지승현(박치도), 이유준(정범)의 캐릭터까지 한 번에 그려냈다. 양세종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기에 특별히 더 공을 들여 촬영한 이 장면은 생존 투쟁으로서의 전쟁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배우들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디테일한 그림을 위해 노력했다. 양세종의 움직임에 따라 그려진 요동 전투신은 시청자들이 그의 감정에 적극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고, 장수로 성장해나가는 변화를 담아내며 '나의 나라'가 가려는 길을 제시했다.
#적으로 재회한 양세종 VS 우도환 잔인한 운명
친우였던 양세종과 우도환(남선호)의 운명은 무과 장원전에서 처음 엇갈리기 시작했다. 서로를 넘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겨뤘고, 안내상(남전)의 계략이 더해지면서 둘의 길은 갈라졌다. 운명은 다시 한번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김영철(이성계)의 회군이 명분을 얻기 위해 요동 전장 선발대는 전멸해야 했다. 끝까지 버티는 선발대를 죽이기 위해 우도환은 척살대로 압록을 건넜다. 양세종에게는 동생에게 돌아가겠다는 꿈이 있었고 우도환은 김영철의 곁으로 중용받기 위한 야심이 있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칼을 휘둘렀던 양세종과 우도환은 칼 너머의 상대가 서로임을 알고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흔들리는 눈빛이 담긴 3회 엔딩은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을 증폭했다. 잔인한 운명에 놓인 두 친우를 연기한 양세종과 우도환의 탁월한 연기도 몰입을 이끌었다.
#조선은 누구의 나라인가, 장혁 VS 김영철 왕좌 다툼
장혁이 연기하는 이방원과 김영철이 분하는 이성계는 본격 등장 전부터 시청자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두 사람은 등장만으로도 극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혈연으로 이어진 부자(父子)이지만 명령하고 복종해야 하는 군신이며, 권력을 두고 끝내 갈등하게 되는 장혁(이방원)과 김영철(이성계)의 관계는 텅 빈 편전, 왕좌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대면으로 단번에 설명됐다. 장혁의 야심을 누르려는 김영철과 "애썼다 그 한마디면 될 일입니다. 허면 믿었을 것입니다. 아버님과 제가 주인과 밑이 아니라는 것을요"라며 야심이 아닌 내심을 드러낸 장혁은 서로 엇갈리고 있었다. 앞서 장혁은 "'나의 나라'의 이방원은 칼 뒤에 애처로움을 숨긴 인물이다. 야망 안에 감춰진 사람다운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성계와의 관계에서도 부자관계라는 점에 집중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깊은 애증과 함께 '나의 나라'를 두고 팽팽한 야망을 동시에 드러낸 편전의 대립은 새 나라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그려질 피의 역사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버림받은 우도환, 불처럼 타오르는 야심 점화
우도환은 목숨을 걸고 선발대를 척살하려 압록을 건넜지만 안내상에게 아들의 안위보다 중한 것은 권력이었다. 안내상에게 아들 우도환은 김영철을 향한 충성심을 입증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양세종에게 등을 돌리고 김영철에게 한 걸음 다가선 우도환이었지만 안내상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양세종이 떠나고 뜨거운 불화살이 쏟아지는 약방에서 우도환은 자신의 야심에 불을 붙였다. "낮의 왕이 될 수 없다면 밤에 군림하겠다"고 다짐한 그는 이제 오직 야망과 힘을 좇기로 결심했다. 더는 친우 앞에서도 정을 두지 않았다. 양세종을 힘으로 누르고 제 위치를 확인시켜준 우도환은 장혁의 마음을 훔쳐 그를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본격적으로 야심을 드러낸 우도환의 변화는 양세종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장혁의 첩자가 되어야 하는 양세종의 행동에도 우도환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 목숨을 걸고 자신의 나라를 향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예측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