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2위 SK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연장 13회 초 터진 한동민의 결승 홈런 속에 5-4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8년 만에 우승했다.
SK는 '포스트시즌 단골손님' 두산과 달리 경험 부족이 약점으로 손꼽혔다. 김광현과 김강민·박정권·최정 등 '왕조의 후예'도 있지만, 가을 야구 무대를 처음 밟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SK의 이번 KS 엔트리 30명 중 프로 데뷔 이후 포스트시즌에 처음 출장한 선수는 무려 11명이다. 대부분 우려를 기대로 바꿔 놓고,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필승조 김태훈이다. 정규 시즌 9승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한 좌완 김태훈은 데뷔 10년 차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고 있다. PO 4경기 3⅓이닝, KS 4경기 7⅔이닝 등 총 8경기에서 12이닝 1실점의 '짠물 투구'를 했다. 힐만 감독이 지난 8일 열릴 예정이었던 4차전이 우천순연되자 "김태훈이 휴식할 시간을 벌었다"고 할 만큼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4~5선발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정규 시즌에 14승을 올린 박종훈은 KS 5차전 5이닝 1실점 호투를 포함해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했다. 문승원은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10⅓이닝 동안 8실점을 기록했으나,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KS 6차전에선 1⅔이닝 무실점으로 데일리 MVP에 뽑혔다.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불펜의 부담을 줄여 준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다.
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부상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서 탈락한 한동민은 타율은 낮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4개를 쏘아 올렸다. 넥센과 PO 5차전 연장 10회 끝내기홈런, 두산과 KS 1차전 선제 2점홈런, 그리고 KS 6차전 연장 13회 결승 솔로 홈런 등 중요한 순간에 한 방 능력을 과시했다. KS MVP에 선정됐다.
강승호와 박승욱 역시 데뷔 첫 가을 야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월 31일 LG에서 SK로 트레이드된 강승호는 내야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실책 2개를 범했지만 PO에서 타율 0.294를 올렸고, KS에선 사령탑이 기대하는 작전 야구를 이끌고 있다. KS 5차전에서 두 차례 희생번트를 성공했는데, 7회 김성현의 동점 2루타의 발판을 놓는 역할을 했다. KS 6차전에선 2점 홈런으로 2회 희생번트 실패를 만회했다.
박승욱은 KS 5차전까지 이번 포스트시즌 타율 0.363를 올렸다. 최항은 PO 5차전 6회 3-3 동점 2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를 때려 내는 클러치 능력을 자랑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한 살, SK 정영일에게는 뜻깊은 가을 야구다. 계약금만 110만 달러를 받고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정영일은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서만 전전하다 2014년 SK에 입단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고전했고, 포스트시즌은 이번이 처음이다. PO 3경기에서 2⅔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해 사령탑의 믿음을 산 그는 KS 1·3·5차전에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또 6차전에선 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모두 SK가 승리한 경기에 나왔다. 정영일은 "만약 (우승 결정이 걸린 상황에서) 팀이 이기고 있다면 나보다 팀의 에이스인 (동갑내기) 김광현이 등판해 마무리하는 게 좋은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포스트시즌 무대를 처음 밟는 선수들의 활약, KS를 끝으로 2년 계약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떠나는 힐만 감독이 SK에 선사한 유산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