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덕혜옹주)을 수상한 손예진이 취중토크에 나섰다. 소맥 한 잔에 얼굴이 빨개지고 어지러워할 정도로 술은 잘 못 마셨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거절하고 빼는 법도 없었다. 내숭과 거리가 멀었다. 골뱅이 회와 골뱅이 찜, 샤브샤브까지 먹고, 모듬 튀김까지 비워냈다. "너무 많이 먹었다"면서도 스테이크에 치즈까지 얹어서 맛있게 먹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외모에 쿨하고 털털한 성격은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정도. 재밌는 얘기를 할 땐 파안대소했고, 때론 코믹한 표정을 지으면서 취중토크의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외모 만큼이나 마음까지 예쁜 손예진이었다.
-취중토크를 예전에도 했죠. 8년 만이네요. 예전보다 주량은 많이 늘었나요.
"그땐 술을 진짜 못 먹었어요. 간에서 안 받는 스타일이에요. 얼굴이 엄청 붉어지고 심장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스타일이에요. 술만 마시면 속도 안 좋고 그런데 일하면서 많이 늘릴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래도 정말 잘 마실 땐 폭탄주는 10잔까지 마신 역사적인 날이 있어요. 그날 진짜 기뻤어요.(웃음) 그래도 요즘엔 예전보다 많이 늘었어요. "
-영화 '덕혜옹주'로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어요. 이제 한 달 정도 됐네요.
"그동안 '덕혜옹주'로 상을 많이 받았는데 그날 유난히 더 울컥했어요. 감정이 갑자기 휘몰아치면서 울컥하더라고요. 유독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백상은 여러 장르의 분들이 모이는 자리잖아요. 모든 상이 다 의미있지만, 백상을 받고는 더 '정말 대단한 상을 내가 받았구나'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전도연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 등 그날 그 자리에 계셨던 선배님들이 모두 제가 어린시절에 배우 꿈을 꾸며 '난 언제 저 사람들이랑 한자리에 같이 설 수 있나'라고 생각했던 분들이에요. "
-'덕혜옹주'로 상을 받아서 더 의미가 남달랐던 것도 있을까요.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 모두 제 역량보다 더 많은 사랑과 칭찬을 받은 작품이에요. 그런데 그 중 '덕혜옹주'는 책임을 져야한 부분이 컸죠. 역사적인 여러가지 상황이 부담과 동시에 책임감으로 작용했고, 정말 잘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강했거든요. "
-'덕혜옹주'는 10억원을 투자한 영화이기도 하죠.
"그 작품은 일단 허진호 감독님과 같이 하기로 한 다음에도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예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책(시나리오)을 처음 보고 마음에 드는 신이 있었어요. 영화에선 (어린 덕혜옹주 역을 연기한) 소현이가 궁에서 궁녀들의 절을 받고 나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사실은 그 장면이 궁이 아니라 기차역이었어요. 실제 사진이 있었고 그래서 그 신을 꼭 보고 싶었는데 어느날 그 장면이 궁에서 절을 받는 걸로 바뀐거예요. 왜 바뀌었냐고 물었더니 감독님이 차마 얘기를 못 하더라고요. 그 장면을 찍지 않은 이유를 돈과 연결짓지 못 했죠. 그 이후 현장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되는거예요. 촬영 회차가 줄어들어야 (스태프 인건비 등)제작비가 줄어드니깐 타이트하게 찍은 거였죠. 나중에 그 모든 이유가 제작비 때문이라는 걸 알았죠. 그런데 돈 때문에 영화 현장이 힘들어지고 장면이 수정되는 게 속상했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죠. 또 사실 영화 촬영이 중후반이 넘어가면서 이 영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웃음) 손익분기점은 넘기겠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극 후반 노역 분장에 대한 고민은 한 번도 안 하셨나요.
"전혀요. 오히려 10대가 부담스러웠죠.(웃음) 노역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10대 시절은 18세 이런 시기를 표현해야 했으니까. 노역은 처음 해봤는데 되게 새로웠어요."
-배우 33인이 꾸민 '꿈을 꾼다' 특별무대를 보고 울컥하던데요.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배우들이 아마 많이 느꼈고 울컥했을거예요. 배우들이 연기와 배우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을 보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제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요. 그동안 제가 너무 배부른 고민을 했구나 반성했죠. 사실 배우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도 치열하게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하거든요.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서 지치는 순간도 오고요. 근데 그날 제 눈 앞에 있는 그 분들을 보면서 뭔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날 (수상 후보로) 의자에 앉아있던 배우들은 제일 앞에서 뛰는 선수들이잖아요. 그런 우리도 늘 급급하고 힘든데 이 자리를 위해 더 열심히 사는 배우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반성했죠. 또 제가 (서울예술)대학때 영화과였잖아요. 그 날 그 분들을 보면서 제가 대학 때 품었던 열정과 데뷔하고 1년 동안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그린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백상을 계기로 차기작 '협상' 촬영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일하면서 행복함을 잘 느끼지 못 하는 편이었거든요. 늘 좋은 평가를 받아야하고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에 그 순간을 즐기지 못 했던 것 같아요. 작품이 들어가면 작품 속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제 자신을 변화시키고 또 업그레이드 시켜야하거든요. 그래서 늘 이거 아니면 죽을 것 같이 일하고, 관객과 대중들에게 또 뭔가를 더 보여드려야된다는 생각에 항상 치열했거든요. 근데 백상 이후로 '행복하게 일하자'고 마음먹었어요. 33인의 특별무대를 보면서 정말 좋은 쪽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요즘 행복해요."
-연기생활하면서 힘든 시기가 없었을 것 같은데 고충이 있었군요. "배우는 일 할 때 아무리 많은 스태프들, 동료, 선후배님이 있어도 외로운 직업인 것 같아요. 철저히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도 많죠. 카메라 앞에 서면 아무도 절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제가 이겨내고 만들어내야하는거예요. 그렇다보니 매번 작품 할 때마다 힘들고, 부담감이 크고 그랬던 것 같아요. 자기와의 싸움을 끊임없이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