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40대 젊은 감독이 탄생했다. 초보 감독, 경험이 부족한 감독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이 아니다. 현역과 지도자를 한 팀에서만 두루 거치며 착실하게 감독을 준비해 온 젊은 지도자의 열정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지난 22일 잠실야구장에서는 제 10대 두산의 수장으로 선임된 김태형(47)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두산은 지난 21일 송일수 전임 감독과 작별하고 김태형 감독과 총 2년, 계약금 3억, 연봉 2억 원에 계약했다. 이로써 그는 염경엽(46) 넥센 감독과 함께 프로야구에 40대 지도자가 됐다. "오랜만에 두산에 젊은 리더가 탄생했다"고 하자 김태형 감독은 "젊은가. 내년이면 만 48세다. 염경엽 감독과 함께 40대이긴 하지만 젊은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뜨거운 패기가 있다. '관망'형 감독에서 벗어나 선수단 속에 한걸음 더 들어가 친밀한 리더십을 펼칠 계획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대화다. 그는 "나 스스로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두산에서 주장하면서 항상 선수 및 구단과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을 높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며 "늘 먼저 상대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생각도 전달했다. 어떤 한 방향으로 쏠리기보다는 모두가 가는 곳을 바라보곤 했다. 앞으로도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와 화합과 소통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22년이나 '베어스'맨으로 살았다. 현역시절 주장을 맡았고 이후 지도자까지 하며 선수들의 성격이나 장·단점도 파악했다. 이미 선수별로 '맞춤형 지도'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용이나 수준이 구체적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 29경기에서 3승15패에 그친 노경은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놨다. 김태형 감독은 "예전부터 (노)경은이를 쭉 지켜봤다. 성격이 조금 예민한 편이다. 이번 시즌 초반 고전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며 "슬럼프를 벗어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찬 것 같다. 심리적으로도 자신감 있게 공이 나오는 부분이 필요하다. 노경은을 비롯해 투수진을 바로 세워야 성적이 난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와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를 다루는 방법도 달리 가져갈 계획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3년 동안 SK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다양한 외국인 선수를 만났다. 특히 올해에는 스캇, 레이예스, 밴와트 등 시즌 중반 떠난 외인을 유독 많이 겪었다. 그는 "두산시절부터 느낀 점이다. 외인들은 '커튼'을 치고 모른 척 내버려 둬야 한다. 부탁할 점이 있다면 선수단이 다 있는 곳에서 고참이나 주장을 통해 요구해야 한다. 과거 우즈 등도 그랬더니 적응을 참 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