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원포인트로 국내 정상급이었던 이혜천은 2010년 말 2년간 일본프로야구 경험을 끝내고 복귀한 이후로는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두산에서 3년간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고, 지난 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4월에 잠깐 1군 무대를 밟고는 2군에 머물렀다. 8월초 1군 호출을 받고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8경기에 나와 6⅔이닝 7피안타 무실점이다. 평균자책점 '0'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볼넷이 단 2개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데다, 구위가 좋아 상대 타자들이 쳐도 범타가 많다. 불펜 투수들에게 중요한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은 0.286이다. 7명의 승계 주자 중 2명의 득점을 허용했다. 21일 넥센전 1사 2·3루에 등판해 희생플라이, 16일 한화전 2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맞은 두 차례였다. 이혜천이 기출루자 득점을 허용한 2경기 모두 NC가 승리했다.
이혜천은 27일 한화전에 나와 1이닝 동안 3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수비 도움으로 실점은 없었다. 1사 1·2루에서 장타력이 있는 김태완과 최진행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장면은 과거 좋았을 때의 피칭이었다.
-최근 구위가 좋아 보인다.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좋은 것 같다. 제구보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힘들었죠. 야구를 해야 하는데 잘 못하고, 2군 생활도 하고 방황하고 이런 게 많았다."
-두산에서 NC로 옮겨서도 초반 잠깐 나오고 6~7월 2군에서 지냈다. 어떻게 극복했나.
"운동, 훈련에서 특별한 것은 없고 똑같이 하고, 기다림이었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면서 내 공을 가다듬었다."
-과거 잘 했을 때와 지금 컨디션을 비교하면 어떤가.
"예전과 조금 비슷한 것 같다. 투구 밸런스나 패턴이나, 내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비슷하다. 몇 년간 공이 안 가면서 자신감을 잃었는데, 마운드에서 자신감이나 눈빛이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요즘은 원포인트 아니더라도 우타자까지 상대하기도 한다.
"추격조로도 나가고, 좌타자 원포인트로 나가고, 롱으로 그냥 던지기도 한다."
-원포인트 외에 다양하게 던지는 것은 어떤가.
"마운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만 준다면, 언제든지 던질 수 있다. 지금 심정은 마운드에 자주 올라가고 싶다."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가.
"한 경기, 한 타자와 상대에 집중하고, 팀을 위한 보탬이 되는 것이다."
-댓글 이런 것에 마음 쓰이는지.(이핵천, 혜르노빌 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있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이제는 신경 안 쓴다.9웃음)"
-6년 연속 5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예전에 최연소 500경기 기록을 받았었다. 통산 1000이닝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이혜천은 통산 993⅔이닝을 던져 곧 1000이닝을 달성할 전망이다)
-고향(부산) 근처 마산에 내려와 지내는 데는 편안한가.
"고향 가까워서 그런 것은 있다. 아내가 이쪽 사투리에 적응 중이다.(웃음), 애들(5살, 2살)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먼저 팀이 4강을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포스트시즌 출장?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처지에선 엔트리에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 시즌 끝까지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