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도 LG 신재웅의 턱밑에는 여전히 수염이 자라나 있었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덥수룩한 모습의 그는 "좋은 기운을 이어가기 위해 포스트시즌 때에도 턱수염을 기르고 있다. 나중에 시리즈가 다 끝나면 그때나 자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기르기 시작했던 턱수염이 신재웅에게는 기분 좋은 징크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팀 포스트시즌 진출의 원동력으로 "강한 불펜진"을 손꼽았다. 양 감독은 "마지막까지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필승조 선수들이 무리는 하지 않았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투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신재웅은 올 시즌 팀 불펜 중 유일하게 힘으로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투수다. 그는 올 시즌 57경기 출장해 8승3패 8홀드·평균자책점 3.80을 보유했다.
시즌에서의 믿음직스러운 투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다. 신재웅은 NC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나서 1⅓동안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팀 13-4 승리의 힘을 보탰다. 신재웅은 "우리 팀은 이미 10일 전부터 포스트시즌 모드였다. 준플레이오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특별히 긴장감도 없다. 이미 그 긴장감을 일찍부터 맛봤다"면서 "하루 쉬고 1차전을 시작해서 그런지 정규시즌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포스트시즌에도 그의 직구의 위력은 여전했다. 1차전에서 신재웅이 던진 19구 중 직구가 무려 15개(슬라이더 4개)로 비율이 79.84%에 달했다. 신재웅은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 바뀌어서 그런지 구속이 확실히 증가했다"면서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잡아내는 쾌감이 상당히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재웅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일어섰다. 그는 2006년 8월11일 잠실 한화전에 프로 첫 선발 등판해 1안타 완봉승을 거뒀다.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무리한 투구 탓에 어깨 부상을 당했다. 시즌이 끝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입대했지만, 이듬해 두산은 그를 방출했다. 2011년 군 제대 후 테스트를 받고 LG와 신고선수 계약을 했다. 그리고 2012년 6월 2일 2090일 만에 1군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재활을 잘 이겨내고 돌아와 지금의 자리에 섰다. 결코 쉽지 않았던 긴 시간들이 그에게는 좋은 약이 됐다.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이 열리는 마산은 신재웅의 고향이다. 그는 "고향에서 좋은 성적 거두고 올라가야한다"며 싱글벙글했다. 그의 웃음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