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가 2017년 상반기 영화계에서 가장 이례적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5월 25일 개봉한 '노무현입니다'는 개봉 첫 날 7만8397명을 동원하며 역대 다큐 최고 오프닝스코어를 경신, 개봉 10일 만인 3일 다큐멘터리 장르 사상 최단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개봉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노무현입니다'는 박스오피스 톱10에서 단 한 번도 밀리지 않은 채 흥행 순항 중이다. 25일에는 역주행에 성공, 다시 박스오피스 5위로 올랐고 26일에는 누적관객수 180만 명을 넘었다.
'노무현입니다'를 기획하고 제작한 이창재 감독은 모든 공을 영화의 주인공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관객들에게 돌렸다. 힘겨운 고비 때마다 하늘이 돕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이창재 감독. 그리고 그 마음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공감'해 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문재인 대통령 등장에 대한 관심도 컸다. "인터뷰를 할 당시 이미 대세론으로 굳혀져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인터뷰를 진행한 장소는 사실 스튜디오 혹은 인터뷰실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약간 창고 같았다. 의자 하나 가져다 놓고 그렇게 진행했다. 어떤 분은 '이런 곳에서 해요?'라고 묻기도 했고, 말하지 않아도 표정만 보면 아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것에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으셨다."
- 분위기는 어땠나. "솔직히 놀랐던 것이 수행 인원이 딱 두 분이더라.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님과 여성 참모분. 보통 못해도 5명 정도는 함께 오는데 국회의원급, 그것도 대통령 후보인 분의 스태프라기에는 소박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놀라웠다. 그리고 당시에는 후보님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뵙고 싶다며 찾아 온 학생들이 쭈뼛쭈뼛 서 있었는데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먼저 찾아가 악수를 하시더라. '(인터뷰 장소는) 이쪽입니다'라고 해도 끝까지 인사를 다 하고 몸을 돌리셨다.(웃음)"
- 확실히 우직한 분인 것 같다. "달랐다. 무어라 딱 꼬집을 수 는 없지만 다르긴 달랐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상대를 빨리 파악하려는 습성이 생기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의 카리스마가 전혀 없었다. '너랑 나랑 똑같아'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저 분이 있고 내가 있는 느낌이 아니라 '같이' 있는 느낌이었다. 또 어떤 아우라로 당신 곁에 사람을 모으거나 중심을 잡고 '와라!' 하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 전에 구석까지 먼저 다가가려 하셨다."
-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수평적인 느낌을 갖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 않나. "근데 이 분은 그랬다. 어떤 분들은 뭐라 하지 않아도 왠지 모르게 고개가 숙여지는데 정말 보통사람 같았다. 아주 단순하게 '거물 느낌이 아니다'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 모습이 진정한 거물의 위엄이었던 것 같다."
- 바쁜 시기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것만 봐도 남다르게 생각되더라. "'이 영화는 잘 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 있어 내가, 혹은 내 인터뷰가 필요하다면 참모에게 이야기 해둘테니 두 번 세 번 불러도 괜찮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언제라도 부르면 보충하겠습니다'라고 말씀 하셨다. 보이는 것만 알기에도 벅찬 그런 분이셨다."
- 가벼운 질문을 하나 하자면,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뿔테 안경이 이 영화로 인해 박제됐다며 안타까워 하더라. 물론 애정에서 비롯된 반응이다. "진짜냐. 전혀 몰랐다. 지금 처음 알았다.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는데. 하하. 본의아니게 여러 의미를 남긴 작품이 되겠다.(웃음)"
- 영화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고, 장미대선이 치러졌다. 어떤 마음이었나. "최순실이 미웠다. 하하하. 매일 마음 속으로 '탄핵, 탄핵'을 외쳤고, 성사되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당연하지만 영화 개봉 시기를 조율하는 것에 있어서는 고민이 좀 많았다. 사실 12월 대선을 생각했기 때문에 장미대선은 상상도 못했고 그저 '노무현 대통령의 8주기를 외롭게 해 드리지 말자'는 뜻을 모았을 뿐이다. 그리고 선거를 조금 멀리 앞두고 우리가 이렇게 강한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도와는 멀어졌지만 대선도, 영화도 성공적으로 끝나 지금은 홀가분하다."
- 온라인에만 공개하려는 생각도 했었다고. "언제가 됐든 선거 앞 뒤로 영화가 개봉하면 어쩔 수 없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선거 전에 틀면 선거법 위반에 걸리고 선거 후에는 이미 끝난 선거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처럼 보이고. 걱정이 많았다. 근데 원래 복잡하면 더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언제 뭐 이것저것 따졌냐. 안 되면 온라인에 뿌리자!'는 결론에 도출했다.(웃음) 그 때만 해도 영화관 개봉은 비현실 적인 일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 우주의 기운이 도왔다고 믿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진짜 도움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본인의 자리를 걸고 덤벼야 하는 일이었다. 문제가 꽤 심각했고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프로듀서는 '난 괜찮아. 영화제만 안 없어지면 돼'라고 하더라. 모두가 도와준 작품이다." >>④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