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첫 외부 FA 영입'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FA 최대어로 떠오른 장원준과의 만남을 위해 김승영 두산 사장까지 협상 자리에 함께 했다. 결국 장원준의 마음까지 얻으내며 두산은 29일 '장원준과 계약기간 4년에 총액 84억원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FA와 가장 인연이 없는 팀이었다. FA 도입 후 FA로 영입한 선수는 이혜천과 홍성흔 뿐이다. 이 둘은 모두 두산에서 데뷔해 오랜 시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이력이 있었다. 순수 외부 FA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마운드가 약해 시즌 내내 고생한 데다 내년에는 이용찬과 홍상삼 등이 군 복무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비상이 걸렸다. 올 시즌 후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두산 감독도 "가능하다면 선발투수 FA를 잡아달라"고 구단에 강력히 요청했다.
2008년부터 올 시즌까지 5시즌 연속(군 복무 기간 제외) 두 자릿 수 승리를 따낸 장원준은 두산에 가장 매력적인 카드였다. 여기에 두산 마운드에서는 찾기 힘든 '좌완'이다. 이번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 중 나이도 가장 어리다. 김태형 감독도 FA 선수들 중 장원준을 가장 원하고 있었다. 마침 기다리던 장원준이 외부 FA 시장에 나오자 두산도 영입전에 뛰어들며 과감한 베팅을 했다.
장원준이 28일 밤 서울에 올라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두산 관계자들은 이날 밤 장원준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태룡 두산 단장과 김승호 운영 팀장은 물론 김승영 사장까지 함께 했다. 보통 FA 협상 자리에 사장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만남이었다. 김태룡 단장은 "장원준에게 '다른 데 만나면서 사장님이 오신 곳이 있던가'라고 물으니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팀이 그를 원한다는 사실을 '금액' 외에서도 보여주면서 장원준의 마음을 샀다.
롯데가 제시한 88억을 거부하고 시장에 나온 것이 알려지면서 높은 금액에 부담을 가진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장원준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김 단장은 "우리와 만나고 있는 중에도 계속해서 다른 팀에서 전화가 오더라.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리를 만나는 것도 다른 데서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산은 결국 장원준을 잡는데 성공하며 이번 스토브리그 강자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