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인기 구단인 LG와 롯데의 스토브리그가 심상치 않다. 길게는 10년 넘게 성쇠를 함께한 선수들이 이탈하고 있다. 대들보인 박용택(38·LG)과 이대호(35·롯데)의 부담감이 크다.
2차 드래프트 결과가 지난 22일에 발표됐다. LG의 독한 의지가 드러났다. 베테랑 내야수인 손주인과 외야수 이병규, 투수 유원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모두 다른 팀의 지명을 받았다. 이날 오전엔 정성훈에게 방출을 통보하기도 했다. 구단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구단의 선택을 지지하는 팬은 많지 않았다.
2013시즌,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주역이 대부분 팀을 떠났다. 박용택과 오지환만 남았다. 팀의 대들보인 박용택의 황망한 심정이 미뤄 짐작된다. 그는 평소에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와 정성훈 같은 고참 선수들이 옆에서 힘을 줘야 한다. 사실 베테랑 2~3명으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강팀의 필수 조건은 신구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정성훈과 관계도 깊다. 한 살 어린 그를 향해 "타격 스승이다"고 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정성훈의 송곳 같은 지적 덕분에 돌파구를 찾았다"고 강조해 왔다. 박용택은 "타격 얘기를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하루 만에 조력자이자 조언자가 없어졌다.
류중일 신임 LG 감독은 "주장은 실력도 갖춘 선수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선수단과 프런트의 선출로 이뤄지는 걸 알지만 권한이 있었다면 박용택을 지명했을 것이다.
고참급 선수가 다수 이탈한 LG의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그가 적임자다. 꼭 주장이 되지 않아도 그가 구심점이다. 그러나 나눠 들던 짐은 더 무거워진 채 박용택을 향하게 됐다. 성적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고, 더그아웃에서는 리더 역할까지 해야 한다. 공감을 나눌 동료도 마땅치 않다. '적토마' 이병규는 2군 코치에 자리할 전망이다. 박용택에게 고독한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롯데의 주장인 이대호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황재균은 kt , 강민호는 삼성으로 떠났다. 특히 강민호는 구단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팬심이 요동치는 이유다. 다른 내부 FA(프리에이전트) 선수인 손아섭의 잔류도 불투명하다.
이대호는 올 시즌 개막 전에 "선수 한 명이 가세했다고 전력이 급상승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합류 효과에 대해 현실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롯데의 선전을 자신했다. "강민호 손아섭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면서 말이다.
이대호는 종종 주장으로서 갖는 부담을 토로했다. 팀이 연패를 당할 때는 가중됐다. 그나마 올 시즌은 지원군이 있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드러난 이대호의 리더십은 중고참급 선수들이 뒷받침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는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와 악화된 여론까지 감당해야 한다. 최준석, 이우민 등 FA 자격을 얻은 동기들의 거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이대호도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