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한국시간) 시즌 11승째를 따낸 피츠버그전에서 류현진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리그 최고 수준의 체인지업을 지녔다는 찬사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그러나 타자들이 그의 주무기를 파악하고 방망이를 쉽게 내지 않으면서 어려운 경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류현진은 시속 140km 안팎의 슬라이더를 장착해 새로운 무기로 만들었다. 오른쪽 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이 공에 대해 일부에선 '커터'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류현진은 "빠른 슬라이더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5개의 탈삼진 중 3개의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구사했다. 1회 말 지난해 내셔널리그 MVP이자 류현진에게 데뷔 첫 피홈런을 안겨준 피츠버그 간판 타자 앤드류 맥커친에게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141km짜리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며 이날 첫 삼진을 잡았다. 2회 4번 타자 가비 산체스와 6번 러셀 마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산체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 직구로 보여주는 공을 던진 뒤 바로 140km짜리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마틴에게도 같은 패턴으로 삼진을 뽑아냈다.
구사 비율도 적당했다. 타선이 한 바퀴 돈 시점부터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기 시작했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포함해 4가지 구종이 다양하게 구사되자 위력은 더욱 커졌다. 2회 슬라이더에 삼진을 당했던 마틴은 7회 선두 타자로 나와 2볼-2스트라이크에서 115km 커브에 또다시 방망이를 헛돌렸다. 4회 류현진에게 2점을 뽑아낸 피츠버그 타선은 그의 영리한 투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더 이상 득점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자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후 류현진은 "새 구종인 슬라이더의 제구력이 좋아 삼진을 잡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원래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진다면 새로 장착한 슬라이더는 안쪽으로 휘어져 떨어진다. 두 가지 구종에 커브까지 더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생각이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섰다.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진화하고 있는 류현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