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넘버원 골리 정성룡(29·수원)이 '케첩과의 이별'을 선언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 시도 중인 여러 노력들 중 하나다.
정성룡은 최근 케첩을 먹지 않는다. 종종 달걀 프라이에 케첩을 듬뿍 얹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정도로 좋아했지만, 요즘엔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이 팀 미팅 도중 선수들에게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일화를 들려준 게 계기가 됐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를 위해 음식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스널에서는 케첩도 금지 식품 중 하나다. 격렬한 운동을 마친 사람이 단시간에 케첩을 많이 섭취할 경우 일시적으로 혈액이 응고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서 감독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선수들에게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성룡이가 그 말을 기억하고 생활에 적용하는 줄은 몰랐다"며 흐뭇해했다.
브라질 월드컵의 해를 맞아 정성룡은 '심기일전'이라는 네 글자로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지난 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의 그림자를 털어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한편, 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줬다.
환경부터 바꿨다. 수원 선수 다수가 모여 사는 동탄을 떠나 분당 지역의 한 아파트로 최근 이사했다. 그가 태어나서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다. 정성룡은 "집 주변의 모든 것이 친숙하다.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어 몸도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식습관을 바꾼 건 더욱 프로다워져야 한다는 결심 때문이다. 몸 관리의 중요성에 일찌감치 눈을 떠 체지방지수, 근육량 등을 철저히 체크 중이지만, 음식까지 신경 써 완성도를 높인다는 게 정성룡의 다짐이다.
정성룡은 수원의 터키 전지훈련 기간 중 왼쪽 손목 부근에 문신을 새겼다. 숫자 1을 커다랗게 집어넣었고, 아내와 아이들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추가했다. 정성룡은 "1은 내 등번호다. 골키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의미한다. 가족의 이니셜을 넣은 건 자랑스런 가장이 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성룡의 숨은 노력은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1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3차례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수원의 무실점 승리(3-0)를 이끌었다. 최근 들어 축구인들로부터 "컨디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성룡은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 나 자신을 믿으며 계속 도전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