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최형우(39)가 전한 새해 바람이다. 그는 "이제 후배들이 중심타선에 배치돼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빨리 경험을 쌓는 게 팀을 위해서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이 계속 4번 타자를 맡으면, 팀이 정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종국 KIA 감독은 "4번 타자로 염두에 둔 선수는 있지만, (2022년) 시범경기까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직은 최형우 또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거포' 나성범이 적임자로 보인다. KIA는 2022시즌 리빌딩이 아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그러나 최형우의 6번 타순 배치가 현실과 동떨어진 시나리오는 아니다. 리드오프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나성범은 중심 타순 한 자리를 맡을 게 확실하다. 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주력이 빠른 중·장거리형 타자다. 마이너리그 통산 11시즌 동안 타율 0.280 180도루를 기록했다. 2017시즌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전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연상케 하는 타자다. 3번 또는 5번이 제격이다.
내야수 황대인은 거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드러냈다. 2015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인 그는 2021시즌 86경기에서 13홈런을 치며,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했다. 풀타임으로 뛰면 20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다. 브리토가 평균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고, 황대인이 '2년 차 징크스'를 겪지 않는다면 최형우 없이도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2번 타순은 2017시즌 타격왕(타율 0.370) 출신 김선빈이 고정될 전망이다. 남은 자리는 1번 타자뿐이다. 20대 선수 중 가장 기량이 좋았던 외야수 최원준이 입대(상무 야구단)하며 공석이 된 타순이다.
지난 6일 공식 취임한 김종국 감독은 "이전보다 적극적이고 빠른 야구를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 1번 타자는 빠른 발과 준수한 작전 수행 능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르면 2019시즌 도루왕(39개) 출신 박찬호가 제격이다. 그는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이기 때문에 주로 9번 타자로 나섰지만, 1번 타자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관건은 타격 능력. 박찬호는 2020시즌 극심한 타격 난조로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중 가장 낮은 타율(0.223)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1시즌에는 선구안이 좋아지며, 출루율 커리어 하이(0.331)를 기록했다.
주전 좌익수 후보인 고종욱과 이창진, 김호령도 새 리드오프 후보다. 특히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후 입단 테스트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은 고종욱은 "광주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통산 857경기에 출전 통산 타율 0.304를 기록할 만큼 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다. 2019시즌에는 31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1~5번 타순을 채우면, 클러치 능력이 있는 최형우가 6번에서 뒤를 받쳐주며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