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이명기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함께 SK에서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포수 김민식보다 주목도가 떨어졌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타율 3할·100안타'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뚝 떨어진 개인 성적(타율 0.272·78안타)이 문제였다. 사실상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트레이드 카드로 이용됐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KIA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하면서 타율 0.332·9홈런·63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2008년 1군 데뷔 후 개인 한 시즌 최다였다. 2년 만에 100안타 고지도 다시 넘어섰다. 출루율(0.371)과 장타율(0.459)을 합한 OPS가 0.830. 공격에서 한몫을 해주면서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1번 타자 고민을 해결해줬다.
문제는 부상 후유증이다. 지난 9월 3일 고척 넥센전 9회 수비 도중 왼 발목 무상을 당했다. 장영석의 타구를 처리하다 왼 발목을 접질려 교체됐다. 9월 26일 1군에 복귀했지만, 불안 요소가 사라지진 않았다. SK 시절에도 비슷한 부위를 다친 경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 1군에서 컨디션을 조율했고,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정조준했다. 그는 "발목은 문제없다. 마지막을 잘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발목 상태는 어떤가. "경기를 뛰는 것은 문제는 없다."
-의식이 되진 않나. "그런 게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워낙 중요한 경기여서 정신없이 하다 보면 생각이 안 나지 않을까. 부상에서 돌아온 후 불안하고 불편한 것은 있었지만 의학적으로는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생각보다는 부상이 컸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조금 삐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어차피 다친 것 빨리 복귀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뒤 타율 4할(15타수 6안타)을 기록했는데. "2군에서 2경기를 하고 등록됐는데, 그때까지는 타격감을 잘 몰랐다. 1군에 복귀한 뒤에는 워낙 중요한 경기가 계속됐는데, 타격감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공보고 공치기를 했다."
-정규 시즌 종료 후 꽤 긴 휴식을 보냈는데, 타격감엔 영향이 없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 하지만 시리즈를 시작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자체 청백전을 했다고 해도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되는 투수들과는 다르지 않나. 경기가 시작 돼서 상대 투수 공을 쳐봐야 타격감이 좋은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즌 두산전 타율(0.182)은 높지 않다. "아무래도 두산은 선발이 좋다. 중간 투수들의 구위도 만만치 않다. 좋은 투수가 많으니까 상대 전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정규 시즌이고, 단기전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선 작전과 주루가 많이 나오는데. "알고 있다. 우리 팀에선 뛸 수 있는 선수가 제한적이다.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면 과감하게 플레이하겠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인데 떨리진 않나. "아직까진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이 강하다. 경기가 열리는 당일 분위기를 봐야 할 것 같다. 3주 정도 준비를 했으니까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 타격감이 유지 됐으면 한다."
-KIA 이적 후 예상을 깨고 빠르게 자리를 잡았는데. "처음에는 감정이 조금 복잡했다. 하지만 KIA에 와서 보니 감독님이나 선수들이 편안하게 해주더라. 팀 자체가 날 편안하게 대해주는 게 느껴지니까 실력보다 성적이 더 잘 나왔다."
-시즌 득점권 타율(0.383)이 높았는데. "내 뒤에 있는 타자들이 좋기 때문에 투수들이 빠르게 승부를 들어오더라. 그걸 인지하고 공격적으로 쳤다. SK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타격 스타일이 좀 달라졌다. 그때는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리가 보장되는 편안함의 차이일까. "SK에서도 지난해 기회를 많이 받았다. 출전 기회보다는 더그아웃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