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6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투수 3명(박상원·박주홍·김경태)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변화를 줬다. 한 감독이 한 번에 선수 3명을 엔트리 교체한 것은 지난 1일 이후 25일 만이자 시즌 네 번째다. 흔한 경우는 아니다. 특히 필승조로 기대를 모은 박상원이 2군행을 통보받아 더 눈길을 끌었다.
박상원은 데뷔 2년 차던 지난해 69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10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태양·안영명과 함께 오른손 불펜 라인을 지키는 '젊은 피'다. 올 시즌에도 24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했다. 언뜻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미세한 균열을 낸 건 컨트롤. 지난해 3.15개였던 9이닝당 볼넷(BB/9)이 5.40개까지 치솟았다. 5월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무려 9.90개다.
최근 흐름은 더 좋지 않았다.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에선 1⅔이닝 2볼넷 1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5-5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2회 1사 1·2루 상황에서 김성훈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만루에 몰렸고 김도환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맞았다. 2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무기력한 볼넷 2개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시속 150km 안팎의 빠른공을 던지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니 타자 입장에서는 위력이 덜했다. 한용덕 감독은 "도망가는 피칭은 안 된다. 상원이는 볼넷이 많다. (2군에) 내려가서 심기일전했으면 한다"며 "마운드에서 보여 주는 모습이 떨어진다. 다른 투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했다"고 했다.
볼넷은 한용덕 감독이 가장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투수 지표다. 공격적인 피칭을 주문하는 것도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박상원은 이 부분에서 엇박자를 냈다. 1군에서 꼭 필요한 투수지만 역설적으로 그 선수를 2군에 내렸다는 것은 선수단에 전하는 메시지가 작지 않다.
김경태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경태는 등판한 최근 5경기 평균자책점이 '0'이다. 3⅓이닝 무실점. 하지만 세부지표가 문제다. 이 기간 BB/9가 16.20개다. 볼넷으로 자멸했다. 한 감독은 "(김경태는) 왼손 스페셜리스트인데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볼넷을 내주면 스페셜의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