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호 형이 잘 해주실 거예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다퉜던 상대지만 이제는 응원한다.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주민규가 대구FC 공격수 이근호의 활약을 응원했다.
대구는 11일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을 치른다. 원정 1차전을 1-0으로 이긴 대구는 무승부만 기록해도 2018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대구는 K리그 3위로 ACL행을 이미 확정했다. 하지만 우승이 절실하다. 3위는 ACL 본선에 직행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데, FA컵 우승팀은 본선(40개 팀)에 직행한다.
K리그 4위 제주는 대구의 FA컵 결과에 ACL 출전권이 달려 있다. 대구가 FA컵에서 우승하면, 3위에게 주어지는 PO 티켓이 4위에게 넘어간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FA컵 2차전에서 대구를 응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득점왕 주민규는 ACL 티켓이 남다른 의미다. K리그 득점왕을 넘어 내년엔 아시아 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기회다. 주민규는 "울산 시절 근호 형과 함께 뛰었다. 근호 형에게 잘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웃었다.
이병근 대구 감독도 이근호를 키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다. 이근호는 강원과의 FA컵 4강 후반 12분 교체 투입돼 라마스의 결승 골을 도왔다. 지난 5일 울산 현대와 리그 최종전에서도 후반전에 들어갔다. 90분을 뛰진 못해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현재 전력 손실이 커 고민인 이병근 감독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는 이근호"라고 말했다.
이근호에게도 이번 경기는 남다르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이근호는 2007년 대구로 이적해 2년간 23골 9도움을 기록했다. ‘태양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으며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돌고 돌아 13년 만에 대구 유니폼을 다시 입었고,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도 대구에서 달성했다.
2012년과 지난해 ACL을 포함해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이근호는 FA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1년 임대로 대구에 온 이근호에겐 FA컵 결승전이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대팍’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이근호는 2008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대구는 FA컵 준결승까지 진출했으나 포항에 0-2로 져 탈락했다.
이근호는 구단을 통해 "지금이라도 한다면 그때 지키지 못한 (우승)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 아직 우승컵을 손에 쥐진 못했지만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