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은 20일 기준 타율 0.275·OPS 0.637·31타점을 기록 중이다. 2루타는 단 5개, 홈런은 한 개도 없다. 어느 면으로 보나 잘 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눈에 띄지 않는 시즌 성적과 달리 20일 잠실 LG전에서는 이지영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4회까지 1실점으로 쾌투하던 켈리를 흔드는 첨병 역할을 완수했다. 5회 초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지영은 켈리를 상대로 11구 승부를 펼쳐 켈리의 진을 뺐다. 켈리의 구위와 제구는 그대로였지만, 이지영의 끈질긴 콘택트가 빛을 발했다.
이지영이 흔든 켈리를 키움 타선이 놓치지 않았다. 후속 변상권과 예진원, 김혜성이 안타와 폭투로 3점을 뽑아내며 에이스 모드였던 켈리를 제압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경기 후 “이지영의 끈질긴 승부가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며 이지영의 5회 타석을 칭찬했다.
콘택트는 이지영의 최고 무기다. 친정팀인 삼성 시절부터 1군으로 살아남을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다.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내지만, 헛스윙이 적다. 규정이닝 50% 이상 타자 중 이지영의 스윙%(방망이를 내는 비율)는 50.4%, 전체 8위다. 하지만 콘택트%도 88.7%로 7위를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90%를 넘는 타자는 김선빈, 이용규, 이정후 세 명에 불과하다.2스트라이크 이후 타구를 커트한 비율도 90.2%로 이용규에 이어 2위.
콘택트가 잦다보니 삼진도 적다. 이지영은 올 시즌 최저 삼진% 순위에서 6.9%를 기록 중이다. 호세 페르난데스, 김선빈에 이은 공동 3위다.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든다. 물론 생산성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백업 포수로는 상당히 든든하다. 최근엔 콘택트가 안타까지 이어진다. 10월 타율이 0.455에 이른다. 최근 4경기 중 3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쳤고, 무안타로 그친 20일에도 결정적인 볼넷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공격형 포수인 주전 박동원과 상반된 스타일인 점도 장점이다. 박동원은 삼진이 높고(23.8%) 콘택트%가 낮지만(68.1%), 전체 홈런 10위(22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심 타선에 배치될 만큼 강력하지만, 수비에서 완전히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박동원이 지명 타자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때 그 빈 자리를 이지영이 확실히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