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 한국에서 1년에 단 열 명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과중한 업무와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지만, 그만큼 보람과 환희도 크다.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직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4일 개막하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에서도 열 명의 감독이 프로야구 팀을 지휘하는 행운을 누렸다. 감독 경력과 나이, 야구를 하면서 걸어온 길은 각양각색이자 천차만별이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있고 은퇴 이후 감독으로 꽃을 피운 대기만성형도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점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감독 이동이 많지 않았다. 10개 구단 가운데 8팀이 지난해와 같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감독 교체 소식이 줄을 잇곤 했던 2~3년 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그 가운데 김기태 KIA 감독과 조원우 롯데 감독은 임기가 끝난 뒤 3년 재계약을 했다. 다른 여섯 감독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했다.
감독이 바뀐 팀은 LG와 한화 두 팀뿐이다. 새로 부임한 두 감독 모두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LG는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양상문 전 감독을 단장으로 임명하면서 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류 감독은 삼성 시절 팀을 정규시즌 5연속 우승과 한국시리즈 4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 감독이다. 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2011~2014년)를 일궜다. 1987년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뒤 한 번도 대구를 떠나본 적이 없는 류 감독은 30년 만에 서울 팀 LG에서 새 출발을 한다.
지난 시즌 도중 김성근 전임 감독과 결별한 한화는 유일하게 감독 첫 해를 맞이하는 사령탑과 시즌을 시작한다. 두산에서 수석코치로 일하던 한용덕 신임 감독과 손을 잡았다. 한 감독은 한화의 전신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입단했다가 연습생을 거쳐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다. 한화 소속으로 통산 120승을 올렸고, 2012년 8월부터 한대화 전 감독의 대행을 맡아 28경기를 지휘한 적도 있다.
선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100억 원 시대가 열렸다면, 감독 시장에선 20억 원의 벽이 허물어졌다. 열 명 중 다섯 감독이 20억 원대 몸값(계약기간 3년 기준)을 받는다. 류중일 감독은 10개 구단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감독이다. 3년 총액 21억 원에 사인했다. 그 다음으로 김경문 NC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김기태 감독이 나란히 3년 20억 원에 계약했다. 김경문 감독과 김태형 감독은 2017년, 김기태 감독은 올해부터가 각각 임기다.
네 감독 가운데 세 명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다. 김태형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5년과 이듬해인 2016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통합 우승에 성공하면서 몸값이 훌쩍 뛰어 올랐다. 김경문 감독은 우승 경험이 없는 대신, 가장 여러 차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갓 창단한 NC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해 1군 무대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이후 5년 연속 팀을 가을 무대에 올려 놓았다.
유일한 외국인인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지난해 2년 계약을 하면서 총액 160만 달러(약 17억 4000만 원)에 사인했다. 계약기간을 3년으로 환산하면 240만 달러 수준. 1년 몸값 기준으로는 최고액이다. 올해 재계약한 조원우 감독과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은 나란히 3년 12억 원을 받는다. 김진욱 kt 감독과 김한수 삼성 감독이 9억 원, 장정석 넥센 감독이 8억 원으로 뒤를 잇는다.
나이로는 60대 감독이 1명, 50대 감독이 5명, 40대 감독이 4명으로 각각 나뉜다. 1958년생인 김경문 감독이 60세로 현역 최고령이다. 유일하게 감독 경력이 10년을 넘는다. 김진욱(58세) 류중일 힐만(이상 55세) 한용덕(53세) 김태형(51세) 감독이 50대 감독 군을 형성한다. 소장파인 40대 사령탑은 김기태(49세) 조원우 김한수(이상 47세) 감독 순으로 이어진다. 장정석(45세) 감독이 현역 최연소다.
과거에는 투수와 포수 출신이 프로야구 감독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통산 최다승 1~3위에 올라 있는 김응용, 김성근, 김인식 전 감독이 모두 투수 출신이다. 그 다음 세대에서는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과 조범현 전 kt 감독이 명장으로 인정 받았다. 내야수 출신 가운데 김재박 전 LG 감독이나 류중일 감독처럼 좋은 성과를 거둔 사령탑이 나왔지만, 포지션은 '유격수'로 한정됐다. 외야수 출신 감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투수(김진욱 한용덕)와 포수(김경문 김태형) 출신이 각각 두 명, 내야수(류중일 김기태 힐만 김한수) 출신이 네 명, 외야수(조원우 장정석) 출신이 두 명으로 고루 나뉜다. 투·포수보다 야수 출신 감독 수가 더 많다. 특히 40대 젊은 감독들은 전원 야수 출신이다. 내야수 중에서도 유격수 출신은 50대인 류중일 감독과 힐만 감독뿐. 거포였던 김기태 감독은 1루수와 외야수를 오갔고, 김한수 감독은 전성기를 3루에서 보냈다.
내년 시즌에도 이들 대부분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열 명 가운데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사령탑은 힐만 감독밖에 없다. 올해 재계약한 김기태·조원우 감독과 새로 부임한 한용덕 감독은 2020시즌이 끝나야 계약이 만료된다. 장기적인 플랜을 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김경문, 김태형, 김진욱, 김한수, 장정석 감독은 모두 계약상 2019시즌까지 팀을 이끌게 돼 있다. 감독들의 자리에 지각 변동이 대거 일어난다면, 올 시즌이 아닌 내년 시즌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계약서에 적힌 임기를 모두가 다 채운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리 능력 있는 감독이라 해도 시즌 도중 어떤 변수가 생길 지는 아무도 모른다. 프로야구 감독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리고 하늘이 앗아가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