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칼을 빼들었다. 외부 감사를 받는다. 투명성 확보와 업무 역량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KBO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무국 출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외부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부 감사는 2009년 유영구 총재 시절 이후 9년 만이다. 배경은 '클린 베이스볼' 실현. KBO는 "KBO리그뿐 아니라 KBO, KBOP 등 사무국 운영에서도 실천하기 위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KBOP는 KBO의 마케팅 자회사다.
내부 감사는 매년 진행했다. 그러나 조직의 역량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이번엔 다르다.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를 알린 것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문정균 관리팀장은 "그동안은 주로 회계 영역에서 감사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외부 전문 기관의 객관적인 평가를 토대로 업무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재평가하는 게 목적이다"고 전했다. 현재 공신력 있는 회계 법인을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늦어도 5월 중순에는 본격적으로 감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양한 부분을 체크한다. 우선 그동안 KBO가 진행한 사업, 업무 협약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받는다. 프로야구는 인기 스포츠로 파생되는 콘텐트가 많다. 이해 관계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사무국의 공정한 선택이 필수다. 이번 감사는 특혜 시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평가가 진행된다. 중계권을 비롯해 큰 돈이 오가는 사업도 포함된다.
중계권 협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KBOP와 방송사의 협상에 대행사(에이클라)를 뒀다. KBOP가 본연의 일을 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지출(대행사 수수료)이 생겼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뉴미디어 재판매 권리를 에이클라에 일임한 탓에 수익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중계권 문제는 정운찬 총재도 강조한 부분이다. 정 총재는 취임사에서 "가치 평가와 합리적 계약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수익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번 감사를 통해 내려진 평가는 향후 중계권 협상방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외부 감사가 지니는 두 번째 의미는 조직의 경쟁력 강화다. 정운찬 총재는 "KBO.com 구축을 통해 통합마케팅의 초석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롤모델은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인 엠엘비 닷컴(MLB.com)이다. 그러나 다수 야구팬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콘텐트를 소비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MLB.com을 운영하는 어드벤스드 미디어는 미국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벤처 기업으로 성장했다. 발족 초기부터 인력과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덕분이다. KBO도 조직 정비를 통해 산업화를 향한 첫 걸음을 뗀다. 역량을 진단하고 평가 결과를 반영해 경쟁력을 갖춘 업무 조직으로 사무국 체제를 재정비한다. KBO리그의 산업화에 방점을 두고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장윤호 사무총장은 "총재님이 내세운 올해 목표 가운데 한 가지가 제도 개선과 조직 정비다. KBO.com을 향한 첫 발이기도 하다. 더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그동안 어떻게 운영을 해왔는지 돌아보고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감사 결과를 적극 반영하겠다. 인력이 필요하다면 스카우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충원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KBO는 이미 산업화를 화두로 던졌다. 사무국의 역량이 중요하다. 통합마케팅 계획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구단도 있다. 구단과의 소통, 방송사와의 협상 등 전문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설득을 위해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현재 KBOP엔 다수 업무를 홀로 담당하고 있는 인원도 많다. 산업 규모에 비해 사무국의 인원 수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고강도 외부 감사는 효율적인 인력 운용과 조직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솔루션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총재의 취임사가 공염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