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원(26·본명 문주원)은 욕심이 많은 배우다. 2010년 드라마 데뷔작 '제빵왕 김탁구'를 시작으로 '오작교 형제들'(2011) '각시탈'(2012) '7급공무원'(2013), 최근 종영한 '굿닥터'까지 지난 3년간 다섯 편의 드라마를 연이어 소화했다. 제빵사·형사·항일투사·국정원 비밀요원·의사 등 작품마다 각기 개성이 확실한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를 보여줬다.
주원은 출연작 대부분을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려놓으며 '시청률의 사나이' '믿고 보는 배우'란 타이틀을 얻었다. 이와 함께 영화 '특수본'(2011)과 '미확인 동영상'(2012), 첫 스크린 주연작 '캐치미'(12월 개봉 예정)까지 소화하며 연기 내공을 탄탄히 쌓아왔다.
그의 연기 진가가 발휘된 건 '굿닥터'. 서번트 증후군(자폐증 환자 중 특정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폐성향의 발달장애 청년 박시온이 소아외과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며 탄탄한 연기내공을 보여줬다. '쉬지않고 3년을 달려 휴식이 간절하겠다'는 기자의 인사에 주원은 "나는 기운이 없다가도 현장에 나가면 기운이 솟는 스타일이다. 뮤지컬 '고스트'는 3년 만의 뮤지컬 복귀작인데 '굿닥터'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2주 늦게 연습에 들어갔다. 따라잡을 게 많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시온 역은 이전에 연기한 캐릭터들에 보다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소아외과 의사, 발달장애 청년, 서번트 증후군과 같은 생소한 설정 때문에 연구를 많이 했다. 발달장애 성향을 적정선을 지켜가며 연기하는 게 관건이라 생각했다. 촬영 2개월 전 자폐치료센터를 찾아 환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는데 비장애인과 다를 게 없는 분들이 많았다. 그걸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체화 시켰다. 대본리딩 첫날 동료 배우들이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선배, '맨발의 기봉이' 속 신현준 선배 대사톤을 예상했는데 전혀 달라 놀랐다고 하더라."
-연기하며 느낀 점은.
"자폐 환자들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됐다.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멀쩡하게 '안녕하세요, 주원 씨죠'라고 말하는데 깜짝 놀랐다. 내가 이런 것 조차 몰랐다는 사실에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느낀 점을 시온 역에 녹이려 노력했다. 다행히 촬영 중간 중간에 자폐치료센터 원장님이 '표현을 잘해줘서 고맙다'고 연락을 주셨다. 소아외과가 국내 병원 9곳에만 있다는 점도 놀랐다. 소아외과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자폐 치료시설이 없을 뿐더라 자폐란 사실을 부끄러워 감춘다. 그러다보니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시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없었던 사회성이 생기는 과정을 잘 표현했다.
"사회성이 생기는 지점을 나름대로 설정했다. 시온이의 사회성은 자신을 예뻐하는 병원 식구들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형성되는 거라고 여겼다. 한 명씩 시온이에게 마음을 열 때 '이번엔 OO가 넘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 아팠던 장면.
"촬영 중 아역 한 명이 아팠다. 인사를 건네고 나이를 물어도 대답을 안하더라. 촬영을 하면서 목의 맥박을 짚는 법과 열 체크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가 하도 땀을 흘리길래 이를 활용해 손으로 열 체크를 해보니 너무 뜨겁더라. 순간 '얘를 이 상태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께 상황 설명을 드리고 아이를 병원에 보냈다. 나도 모르게 직업정신이 발휘됐나보다. 다른 배우들이 의학드라마를 찍은 뒤 '직접 수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되더라.
-최근 KBS 2TV '1박2일' 마지막 촬영을 했다. 1년 8개월 동안 출연한 프로그램인데 하차하는 심경은.
"스태프나 멤버들에게 미안하다. 형들의 말이 재밌어서 듣고 있다가 보면 나도 모르게 시청자 처럼 감상만 하고 있더라.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미안했다. 뮤지컬 스케줄 등의 이유 때문에 하차하게 됐을 때 '내가 없으면 '1박2일'이 더 잘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종영 다음날 뮤지컬 연습을 시작했다. 잠깐이라도 쉬지 그랬나.
"그러고 싶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굿닥터' 때문에 다른 배우들보다 2주 늦게 투입됐으니 어쩔 수 없이 연습에 올인해야 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을 하면 밥이 안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뮤지컬 연습 첫날 한끼도 못 먹었다. 점심시간이 있지만 할 게 많다는 생각에 연습실 밖을 못 나가겠더라."
-연이은 작품에 체력이 달리진 않나.
"체력이 좋은 편이다. 일정이 겹쳐도 촬영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마음이 놓인다. 한창 뮤지컬을 할 때 버릇이 남아있어서 그런가보다. 여유있게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하는 것과 급하게 들어가는 건 정말 다르다. 피곤한 기색 없이 늘 일찍 도착하는 내가 스태프나 후배들은 꼴보기 싫었을지도 모른다.(웃음)"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렇다고 몇 달씩 쉬고 싶진 않다. 많이 불안할 것 같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다가도 현장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스타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