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타자는 탄탄한 연결고리가 돼 득점력을 높이는 역할을 기대 받는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KIA와 두산은 유독 기운이 좋은 선수가 자리하고 있다.
두산은 NC와 치른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50득점 했다.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도 좋았지만 하위 타순에 포진한 타자들이 꾸준히 기회를 만들었다. 상대 배터리는 중심 타선을 넘겨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쌓인 피로감이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다.
9번 타자 허경민(27)이 돋보였다. 두산이 5득점 이상 '빅이닝'을 만든 세 번 모두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 가운데 두 번은 후속 타자 민병헌이 홈런와 적시타를 치며 득점으로 이어졌다. 플레이오프 타율은 0.357. 정규시즌 기록한 0.257보다 뛰어난 성적이다.
허경민은 가을만 되면 펄펄 난다. 2015년에는 23안타를 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통산 타율 0.392에 이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더 강했다. 15경기에서 타율 0.413·1홈런·11타점을 기록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허경민이 큰 경기에 강하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단기전이다. 주축 타자들을 향한 분석이 치밀하게 이뤄진다. 뜨겁게 타오른 중심 타선도 한 순간에 식을 수 있다. 두산은 지난해도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0회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3-5번은 1안타에 그쳤다.
이때 허경민이 득점 포문을 열었다. 0-0이던 연장 1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그는 NC 마무리투수 임창민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오재일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팽팽하던 경기에 흐름을 바꿨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받고 있다.
하위 타선 무게감은 KIA도 뒤지지 않는다. 9번 타순에 리그 수위타자 김선빈(28)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선수다. 6월 15일 롯데 이대호를 제치고 타격 부문 1위에 오른 뒤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타율 0.370으로 시즌을 마쳤다.
리드오프는 물론 중심 타선에도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주로 9번 타자로 내세운다. 수비(유격수) 부담을 덜어 주면서도 득점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KIA는 이명기가 리드오프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김선빈은 9번 타순에서 타율 0.373를 기록했다. 9번과 1번 타순이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며 기회를 만들면 장타력이 좋은 김주찬과 로저 버나디나가 해결을 한다. 득점 기회는 최형우와 나지완에게도 이어진다. 득점권에선 0.382로 강하다. 해결 능력까지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