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하게 프로 첫 시즌을 보낸 장재영(20·키움 히어로즈)이 '불펜'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2022시즌 장재영의 보직에 대해 "선발보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활용했던 중간(불펜)에서 적응하고 (결과가 좋으면) 한 단계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펜에서 안정감을 보여야 선발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장재영은 덕수고 3학년 때 비공식으로 시속 157㎞ 강속구를 스피드건에 찍은 파이어볼러 유망주다. 청소년대표로 활약하며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키움은 그를 2021년 1차 지명으로 찍었고 KBO리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계약금 9억원을 안겼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장재영은 구단 신인 중 내야수 김휘집과 함께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바늘구멍을 뚫고 개막전 엔트리에도 승선, 기대가 더 커졌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시즌 19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9.17(17과 3분의 2이닝 18자책점)로 부진했다. 구속은 빨랐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9이닝당 볼넷이 무려 12.33개. 이닝당 투구 수도 23.2개로 많았다. 시즌 첫 선발 등판한 4월 29일 고척 두산전에선 3분의 1이닝 5사사구 5실점으로 자멸했다.
가능성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장재영은 4월 3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군에 내려간 뒤 꽤 긴 시간 조정기를 거쳤다. 그리고 반짝 효과가 나타났다. 8월 10일 1군에 재등록됐고 불펜으로 나선 첫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5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제구가 잡히니 기대했던 강속구가 위력을 더했다. 당시 장재영은 "마음 자세의 변화가 크다. 2군에서 훈련하면서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한다"며 "실투가 있더라도 그 공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시 흔들린 장재영은 9월 16일 1군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2군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탁월한 신체조건(1m88㎝, 88㎏)을 활용하지 못한 채 첫 시즌을 마쳤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그를 차세대 선발 투수로 분류한다. 하지만 당장 긴 호흡이 필요한 선발 투수보다 짧게나마 활약할 수 있는 불펜 투수로 육성할 계획이다. 8월 중순 보여줬던 '5경기 임팩트'를 고려한 판단이다.
공교롭게도 키움은 이번 겨울 마무리 투수 조상우와 김성민이 군 복무를 시작해 공백이 발생했다. 홍원기 감독은 "조상우도, 김성민도 없어서 필승조가 조금 헐거워진 상태"라며 "(선수를 위해서도) 중간부터 시작하는 게 장재영에게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