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리그 클래식 최대 이슈는 'FC서울 1.5군의 반란'이다. 서울은 정규리그 외에 FA컵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나란히 4강에 올라 있다. 3개 대회를 모두 소화하니 3일에 한 번씩 계속 경기가 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챔피언스리그는 주전, 정규리그는 비주전급을 활용하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해 대박을 쳤다. 정규리그에서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를 달리고 있는데 비주전들이 주축이 된 1.5군이 이 중 5승을 따냈다. '서울의 1.5군이 1군보다 낫다'는 농담도 나온다. 최근 페이스면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서울은 올 시즌 앞두고 데얀과 하대성을 중국으로 보내 전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 공백을 메울만한 뚜렷한 영입도 없었다. 전북 현대처럼 선수층이 두껍다는 평가도 못 받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이'(주전)보다 튼튼한 '잇몸'(비주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결은 뭘까.
서울 공격수 윤주태(24)는 "1.5군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서울은 모두가 1군이다. 서울 선수들은 다 개인능력이 있다. 경기에 자주 못 나가서 비주전이라는 말을 듣는 것뿐이다"고 당차게 말했다. 윤주태 말처럼 서울 유니폼을 입을 정도면 시쳇말로 '한 가닥'했던 선수들이다. 개인능력은 검증됐다. 윤주태를 비롯해 공격수 박희성(24)과 최정한(25), 미드필더 이상협(34), 수비수 고광민(26)과 김남춘(25) 모두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던 재원들이었다. 재능에 노력이 더해졌다. 서울은 벤치멤버들의 훈련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덕분에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잡아챌 수 있었다.
최 감독은 '훈련 제일주의'를 표방한다. 그는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누구나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선수들에게 심어주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어쩌다 한 두 포지션 바꿔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일정이 워낙 빡빡해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 감독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날씨가 선선해지자 다시 예전처럼 변화를 줄이고 로테이션을 포기할까 잠시 고민도 했다. 그러나 밀고 나가기로 했다. 최 감독은 "선수 구성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그동안 실수한 것을 열어봤더니 더 많은 것이 보였다"고 인정하며 "기회를 받은 선수들이 놀라운 투혼을 보여줬고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흐뭇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