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증 확산 여파로 5월 5일 지각 개막한 KBO 리그. 팀별 23~24경기를 소화하며 숨 가쁜 개막 첫 달을 보냈다. NC의 선두 질주가 눈에 띄는 가운데 다이노스의 상승세를 이끈 구창모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구창모는 5월에 등판한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51(35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닝과 탈삼진 부분에서도 전체 1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왼손 투수 트리플 크라운 달성 얘기가 나올 정도다. 외국인 투수들이 장악한 개인 성적표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살리는 중이다.
오프시즌 동안 체인지업을 버리고 포크볼을 새로 장착한 효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변화구 제구까지 되니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됐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운 적이 없지만 올 시즌엔 기록 달성에 파란불을 켰다.
일간스포츠 5월 조아제약 월간 MVP로 구창모를 선정했다. 그는 "나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월간 MVP에 선정된 소감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이다. (웃음) 올 시즌 스타트가 너무 좋다. 팀이 잘 나가고 있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거 같다. 팀도 잘 나가고 나도 잘 나가니 좋다."
-변화의 포인트가 있을까.
"확실히 지난해 10승을 기록한 뒤 자신감은 물론이고 마운드 위에서 여유도 생겼다. 경기를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 같다. 제구가 잘 되고 변화구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니까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시즌 10승이 갖는 의미가 그렇게 큰가.
"선발 투수를 시작할 때 처음 목표로 잡았던 게 10승 투수였다. 선발 투수로 시즌 10승을 달성하는 선수가 그렇게 많진 않다. 10승을 달성하고 나니까 경기할 때 자부심도 있고 10승 투수라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그런 면에선 의미가 있다.”
-시즌 전 포크볼 장착을 얘기했었는데.
"최근 삼진을 잡는 대부분의 구종이 포크볼이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던지니까 범타가 많이 나오더라. 계획한 대로 되는 느낌이다. 그뿐만 아니라 커브, 슬라이더도 잘 들어간다. 키움전(5월 26일·7이닝 1실점)에선 포크볼의 제구가 흔들렸는데 커브나 슬라이더가 잘 됐다. 안 되는 구종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구종으로 풀어가는 여유가 생겼다."
-오른손 타자(피안타율 0.093)를 상대로도 굉장히 강한데.
"좌타자와 우타자 중 어느 쪽이 더 까다롭고 그런 건 없다. 올 시즌은 좌우 타자 모두 다 자신 있다."
-높은 관심에 대한 부담은 없나.
"사실 이렇게까지 주목받아본 적이 없다. 포털의 스포츠 기사를 보면 항상 내가 있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긴 하다. (웃음) 하지만 좋게 봐주시는 거니까 부담이 되더라도 기분이 좋다. 괜찮다."
-항상 이닝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규정이닝을 채울 수 있는 페이스다.
"이전에는 매구 전력투구를 했다. 그런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몰리고 안타를 맞더라. 올 시즌에는 직구를 세게 던졌다가 살살 던졌다가 완급조절이 된다. 그래서 이닝을 소화하는 데 수월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변화구도 잘 들어가니까 범타 유도가 빨리 된다. 스트라이크를 잘 넣으니까 타자들도 공격적으로 타격한다. 원래는 타자들이 타석에서 4구 정도는 지켜보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온다. 투구수 조절이 되니 이닝도 늘어나더라."
-좋은 투수가 갖는 긍정적인 효과다.
"내가 공격적으로 들어가니까 타자들도 기다릴 수 없지 않을까.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가니 이닝을 넘기는 데 수월한 것 같다."
-완벽에 가까운 성적인데 보완점이 있다면. "엄청 많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여름에 체력이 떨어지면 그걸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아직 큰 위기가 없었지만,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위기가 왔을 때 그걸 어떻게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
-포수 양의지 효과도 느끼나.
"작년부터 많이 느끼고 있다. 지난해 변화구에 자신감을 심어주신 게 양의지 선배다."
-지난해 10승을 달성했으니 올해 목표는 그 위인가.
"시즌 전부터 말했던 것처럼 이닝이 가장 큰 목표다. 이닝을 길게 소화하면서 최소실점을 하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선발투수로서 길게 던져 (데뷔 첫) 규정이닝을 소화했으면 한다. 이닝과 평균자책점, 이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구창모라는 선수의 성장에 대해 다들 놀라워한다. "나도 놀랍다. (웃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타선이 점수를 잘 내주면서 잘 맞물렸던 거 같다. 지금 성적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한 번의 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올라갈 수도 있다. 안 좋은 날이 왔을 때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좌우될 것 같다. 그래서 최소 실점을 하려고 더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