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올해는 좀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올해는 오히려 예년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시즌이 시작되고 보름쯤 지나니까 투타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 3할 타자가 30명을 넘어선다. 타격 30걸 안에 포함된 타자 전원이 3할 이상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투수나 에이스급 투수들의 공은 제대로 못 치면서, 치기 쉬운 투수들의 공만 두들긴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두산 김재환(7개), KIA 이범호, SK 최정(이상 6개)처럼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도 홈런을 많이 친 선수가 있다. 하지만 20홈런을 넘기고도 외국인 투수 상대 홈런은 2개밖에 되지 않는 선수도 있다. 과연 진정한 '타고투저'가 맞나 싶다. 지금의 타자들이 숫자만큼 진짜 그렇게 무서운 타자들인지 솔직히 의심이 간다.
우리 타자들을 깎아 내리려는 게 아니다. 지금 성적이 좋다고 해서 '내가 잘 하고 있다'고 만족하고 안주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지금의 타고투저에는 거품이 있다고 생각한다. 타자들이 잘 친다고는 하는데, 오히려 일본과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앤디 밴 헤켄(넥센)의 호투다.
밴 헤켄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하지 않아서 세이부 2군에 머물다 방출된 선수다. 바깥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야구계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세이부 내부에서 밴 헤켄을 전력 외로 분류했다. 제구력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에서는 밴 헤켄의 컨트롤이 정교하다는 표현을 한다. 밴 헤켄은 복귀 후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이다. 밴 헤켄이 그렇다면 지금 일본에서 잘 던지는 투수들은 얼마나 컨트롤이 좋다는 얘기인가. 왜 우리 타자들은 일본 타자들처럼 밴 헤켄의 공을 잘 치지 못하는가.
실제로 지금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타자들은 대체적으로 그다지 훌륭한 실력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 진짜 '잘 친다' 싶은 선수들은 한화 소속인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나 두산의 민병헌과 양의지, NC 나성범, 그리고 그 외 몇 명 정도를 손에 꼽을 만하다. 허점 많은 스윙으로 한가운데 들어오는 약한 볼들을 공략해서 타율만 높아진 선수들이 더 많다.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는 더 약하다.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투수들이 그렇게 대단한 레벨이 아닌데도 그렇다.
이런 현상이 문제인 이유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과도 연관이 있어서다. 밴 헤켄 같은 선수는 해외에 많이 있다. 또 밴 헤켄은 네덜란드계 아닌가. 삼성에서 뛰었던 소프트뱅크 투수 릭 밴덴헐크도 네덜란드 사람이다. 앞으로 WBC건 올림픽이건, 우리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밴덴헐크나 밴 헤켄을 안 만난다는 보장이 있나.
결국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건 '지금 성적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나도 물론 우리 후배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 겉으로 드러난 타율, 타점, 홈런 성적만으로 쾌감을 느끼면 큰 오산이다. 투수들이 약해진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타자들 타율이 높아졌다고 갑자기 '타격 기술이 늘고 힘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