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와 관련된 대화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도대체 한화 이글스의 사장과 단장은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대개 이런 말이 따라 붙는다. "불쌍한 사람들이죠." 사장은 김신연(63)씨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촌으로 2015년 3월 구단 사장으로 임명됐다. 단장은 박정규(52)씨다. 그룹 화학 부문에서 오래 일했고, 지난해 5월 구단 8대 단장으로 취임했다.
“사장과 단장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라는 말은 두 사람이 자기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2년 연속 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물론 프로야구단의 성공은 투자 규모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돈을 쏟아 붓고도 실패한 구단의 사례는 세계 프로스포츠에서 드물지 않다. 실패하면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한화의 사장과 단장은 동정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KBO는 지난해 6월 10개 구단에 “리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할 때 제재를 할 수 있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구단 사장들의 회의인 KBO 이사회에서 한화 사장에게 원성이 쏟아졌다. 여러 논란을 일으킨 김성근 한화 감독에 대한 지적이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김 사장이 ‘나는 우리 감독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 차라리 KBO가 조치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공문이 발송된 것”이라고 전했다.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한 인사는 지난 5월께 한화 구단 사정에 정통한 이를 만났다. 김성근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절정에 달할 때였다. 그는 “김성근 감독을 절대 내보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최근에는 김성근 감독이 올시즌을 끝으로 해고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몇 개월 시차를 두고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만 맥락은 똑같다. 김 감독이 오너 일가에 든든한 ‘백’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경질설은 이 ‘백’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관측에서 비롯됐다.
재벌 총수 일가의 집안 사정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의 거취는 구단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여럿이다. 한화그룹 안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신연 사장과 박정규 단장은 ‘불쌍한 사람’이 된다.
그런데, 프로야구단 사장과 단장은 책임을 지는 자리다.
알려진 대로 김성근은 구단 운영에 전권을 요구하는 감독이다. 한화 구단은 요구를 들어줬다. 결과는 어떤가. 한대화 감독 시절부터 이어진 투자는 성적으로 귀결되지 않았다. 지금의 한화보다는 미래의 한화가 더 망가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은 프로야구의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김성근 감독의 시대착오적인 팀 운영 방식 때문이라는 평가다. 투수 혹사, 무의미한 반복 훈련, 체벌성 특훈, 프런트에 대한 간섭, 유망주를 내보내고 당장의 성적을 위해 베테랑을 우선하는 선수단 구성. 김성근 감독 체제의 한화 이글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비판과 지적은 차고 넘치지만 개선은 되지 않는다. ‘감독에게 전권을 줬다’는 이유로 사장과 단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권을 요구한 감독이 자신의 실적을 우선해 팀의 현재와 미래를 망가뜨리고 있다. 모럴 해저드다. 그리고 최종 책임자인 사장과 단장은 이를 방조하고 있다. 감독에 못지 않은 도덕적 해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