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는 창간 47주년을 맞아 프로야구 선수 100인을 대상으로 KBO 리그 심판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판 판정과 관련한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설문에 응한 100명의 선수는 익명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 100명이 판단한 KBO 리그 심판 판정의 신뢰도는 평균 52.25점이었다. 지난해(63.25점)보다 17.4% 하락했다.
◇ 심판 신뢰도, 52.25점
선수 100명에게 '심판 판정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섯 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①매우 신뢰하지 않는다(0점) ②신뢰하지 않는다(2.5점) ③보통이다(5점) ④신뢰한다(7.5점) ⑤매우 신뢰한다(10점) 등이다.
가장 많은 46명의 선수가 '보통이다'를 선택했다. 지난해 38명보다 8명 늘어났다. 두 번째로 많은 대답은 26표를 받은 '신뢰한다'다. 지난해(31명)와 비교해 5명 줄었다. '매우 신뢰한다'는 응답을 한 선수는 6명이었다. 지난해 18명에 비해12명이나 줄었다. 22명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15명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고, 7명은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각 항목 배점을 합산해 평균한 값은 100점 만점에 52.25점이었다. 지난해 63.25점보다 11점이 낮아졌다. '신뢰한다'는 점수(75점)에 미치지 못하며 '보통(50점)'을 간신히 넘겼다. 지난해와 비교해 '신뢰한다'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한 선수는 49명에서 32명으로 줄었다. 반대로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13명에서 22명으로 늘어났다.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 항목은 지난해 1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명이나 선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NC와 KIA의 심판 신뢰도 점수가 나란히 72.5점으로 가장 높았다. 부정적인 답변은 없었고, 신뢰한다 이상의 항목에 각각 7명·8명이 표를 던졌다. 두산은 총점 60점으로 NC와 KIA의 뒤를 이었다. 성적 상위권 팀들의 심판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4시즌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활용한 심판합의 판정을 도입했다. 판독을 통해 억울한 오심을 바로잡고 있다. 2014년 40.9%(115회 신청, 번복 47회)였던 판정 번복률이 지난해 39.2%(423회 신청, 번복 166회)로 낮아졌다. 올해는 26일까지 32.8%(682회 신청, 번복 224회)로 더욱 낮아졌다. 판정 하나가 치열한 순위 다툼과 중요한 경기 흐름의 희비를 바꿔 놓을 수 있다. 심판진은 정확한 판정과 명쾌한 설명을 통해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9월 27일 현재 KBO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864명(육성선수 포함)이다. 100명은 이 중 11.6%에 해당한다. 적은 수의 샘플이 아니다.
◇ 볼·스트라이크 판정
심판 판정 불신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볼·스트라이크 판정'이었다. '가장 억울한 판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모두 일곱 가지 선택을 제시했다. 100명 가운데 69명이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꼽았다. 두 번째로 응답자가 많았던 항목은 체크 스윙이었다. 체크 스윙도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일부로 본다면 88명이 선택한 셈이다.
심판이 내리는 많은 판정 중 볼과 스트라이크는 심판의 주관과 개성에 크게 의존한다. 스트라이크존은 야구규칙에 명시돼 있지만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래서 이 판정은 영상 판독을 통한 합의 판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볼과 스트라이크 개수에 따라 타격과 피칭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가령 올 시즌 KBO 리그 전체 타자들의 볼카운트 2-0 상황의 타율은 0.405다. 0-2상황에서는 0.175로 급하강한다. 현장 선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은 심판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일관성"이라고 말한다. 존이 왔다 갔다 하면 선수들은 혼란을 겪는다. 지난해부터 1군에 데뷔하는 심판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1군 경험이 적은 심판원들의 스트라이크존이 베테랑 심판원에 비해 좁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있다. 경험이 적은 심판일수록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쉽다.
이 밖에 1루 아웃·세이프 판정과 올해 신설된 홈 충돌 방지 관련 판정이 각각 4명의 선택을 받았다. 나머지 3명은 도루·태그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1명은 홈에서 아웃·세이프 판정에 표를 던졌다.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웃·세이프' 판정 불신 표는 지난해보다 2명 증가했다. 현재 비디오 판독은 중계 방송사 카메라 화면에 의지하고 있다. 방송사의 카메라 사정이 판독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다. '아웃·세이프' 판정의 억울함이 늘어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KBO는 공정한 비디오 판독을 위해 내년부터 판독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전국 9개 구장에 자체적으로 3개씩 카메라(총 27대)를 설치했다. 부족한 화면은 중계 방송사 카메라를 활용한다. KBO는 설치한 자체 카메라를 후반기 경기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KBO는 "합의 판정 요청이 빈번하게 이뤄진 곳에 추가 설치했다. 기존 방송사가 세세하게 잡지 못했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