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889일만의 안타, 더욱이 프로 9년차에 나온 데뷔 첫 3루타였다.
NC 포수 이승재(31)에게 지난 2일 대구 삼성전 안타는 너무나 특별했다. 돌고 돌아 무려 8년 만에 맛본 안타였다. 방출로 야구 인생의 끝에 몰렸다가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 프로 1군 무대로 돌아왔다.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이었다.
마산고를 나온 이승재는 2002년 2차 5라운드(전체 38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그러나 프로 입단은 대학(경희대)을 졸업하고 2006년에 이뤄졌다. 첫해 1군에서는 38경기에 출장해 6안타를 친 것이 전부였다. 안타는 2006년 10월5일 한화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해 재활과 군 복무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2011년 시즌 뒤 롯데에서 방출됐다. 1군 출장 기록은 2007년 3경기에 멈췄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승재는 원더스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갔고, 지난해 5월 NC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NC에 포수 자원이 적어 영입한 케이스다. 지난해에는 퓨처스리그에서만 뛰었다. 처음엔 교통사고로 인해 어깨 송구에 다소 불안감이 있었지만, 차츰 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마침내 올해 8월 말, 이승재는 주전 김태군의 어깨 부상과 백업 김태우의 2군행으로 1군 무대에 올랐다. 팀 내 두 번째 포수 이태원을 백업하는 역할이었다. 그런 이승재에게 2일 삼성전에서 기회가 왔다.
이날 선발 출장한 이태원이 6회초 만루 찬스에서 대타로 교체되면서 이승재는 6회말 수비부터 마스크를 썼다. 8회 무사 1루 타석에서는 보내기 번트에 실패했다. 안지만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공을 대지 못한 채 삼진 아웃됐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이승재에게 만회할 기회를 줬다. 6-6 동점인 9회초 이승재 타석 앞에 무사 만루 찬스가 마련됐다. 마운드에는 삼성 마무리 임창용이 서 있었다. 엄청난 부담감이 느껴지는 타석. 이승재는 임창용의 초구 직구에 배트를 냅다 휘둘렀고, 잘 맞은 타구는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갔다. 전진 수비를 하던 삼성 중견수 박해민은 앞으로 달려나오다가 뒷걸음질치며 머리 위로 넘겨버렸다. 타구는 한가운데 펜스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 사이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고, 이승재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려다 멈춰섰다. 그러나 중계 플레이 도중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공을 한 번 떨어뜨린 틈을 타서 다시 홈으로 뛰어 득점까지 올렸다. 공식 기록은 3타점 3루타. 이승재의 한 방으로 스코어는 10-6으로 벌어졌고, NC 더그아웃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시즌 7경기 6번째 타석에서 나온 8년 만의 안타이자 1경기 최다 타점(3개) 기록도 세웠다. 비록 NC는 9회 4점을 내줘 10-10 강우 콜드 무승부에 그쳤으나, 이승재의 '인생극장'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구=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