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1일 울산에서 끝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울산 현대모비스 승리로 끝나면서 전자랜드의 사상 첫 챔피언 도전은 준우승으로 끝났다. 시리즈 전적 1승4패. 지금이 우승 적기라며 챔피언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던 전자랜드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경기 내용만 보면 현대모비스와 박빙 승부를 펼쳤으나, 결국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챔피언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안방에서 환호하는 현대모비스 선수단을 뒤로하고 기자회견장을 찾은 유 감독은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치는 듯했다. 미디어데이 때 6차전까지 승부를 펼치고 안방에서 우승을 확정 짓겠다고 약속했던 유 감독은 "6차전까지 가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켜서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입에 올렸다. 인천에서 열린 3·4차전에서 평일임에도 8000명 넘게 경기장을 찾았을 정도로 열광적인 응원을 보여 준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미안함 이후엔 '강팀'으로 올라서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이어졌다. 더 강해져서 우승을 이루겠다는 유 감독과 전자랜드의 결의였다.
정규 리그 2위, 플레이오프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으나 올 시즌은 전자랜드에 '역사'로 기록될 만하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뜻깊은 시즌이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팀이었으나 올해는 정규 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 현대모비스와 명승부를 펼쳤다. 2차전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 기디 팟츠가 부상당하면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다음 시즌을 위한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할 수 있다.
뚜렷한 스타플레이어 없이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좋은 모습을 보여 온 전자랜드는 그동안 늘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매 시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상위권을 예상할 때는 항상 이름이 빠져 있는 팀이 전자랜드였다. 그러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 그리고 준우승으로 이제는 '강팀' 반열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전자랜드의 팀 컬러인 끈끈한 농구에 박찬희·정영삼·정효근·강상재·이대헌 등 두꺼운 국내 선수진 그리고 올 시즌 쌓은 챔피언결정전 경험까지 더하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유 감독 역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지만, 고비를 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나도 선수들도 모두 느꼈다"며 "앞으로 언덕을 어떻게 넘을지 공부하겠다"는 말로 다음 시즌 더 강한 전자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