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열흘 전만 해도 LG 채은성(30)은 지독한 슬럼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전혀 아니다. 지난달 28일 1군에 복귀한 뒤 지난주 5경기에서 타율 0.440(25타수 11안타) 2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주간 타점·안타 1위를 기록한 LG 채은성을 7월 마지막 주 MVP로 선정했다.
채은성은 6월 21일 두산전에서 발목 염좌 부상을 입기 전까지 타율 0.305, 5홈런, 29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6월 30일 1군 복귀 후 방망이가 확 식었다. 13경기(6월 30일~7월 15일) 타율이 0.093(43타수 4안타)에 그쳤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에 발목이 잡힌 LG도 이 기간 4승1무8패에 그쳤다.
마음고생이 컸던 채은성은 코칭스태프와 논의 끝에 퓨처스(2군)리그에 가기로 결심했다.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7월 16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지기로 결심했다.
그는 7월 28일 인천 SK전에서 무려 8타점(7타수 3안타)을 쓸어담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1군 한 경기 8타점은 박석민(NC)이 삼성 소속이었던 2015년 9월 20일(롯데전) 기록한 9타점에 이어 공동 2위 기록이다. 채은성을 이 경기를 시작으로 4일 KIA전까지 6경기 연속 안타 및 타점을 기록했다. LG도 다시 신바람을 타고 있다.
채은성은 어느덧 팀 내 타점 2위, 홈런 공동 3위에 자리하고 있다. 2군에서 보낸 '조정기'가 반전의 계기였다.
-7월 마지막 주 1군 복귀와 함께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류중일 감독님과 이병규 1군 타격 코치님이 내게 시간을 주셨다.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였다. 만약 이번에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면 내게도, 팀에도 정말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정규시즌이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내가 팀에 도움을 주려면 더 잘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타격감을 완벽히 찾았나. "2군에 내려가기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다."
-타석에서 배트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달라졌다고 하던데. "맞다. 조금 변화를 줬다. 이전에는 방망이를 미리 세우고 타석에 있었다. 지금은 방망이를 들고 있는 양팔이 리듬을 탈 수 있게 준비 동작을 하고 있다. 사실 내 자세는 하체에 힘을 잔뜩 주고 있어서 다소 불편한 모습이다. 조금씩 변화를 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타격감이 안 좋을 때는 상·하체가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준비 자세를 더 편하게 바꿨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야구에서는 미세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하지 않나."
-어떤 과정을 거쳤나. "황병일 퓨처스 감독님의 요청으로 내 타격이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비교했다. 퓨처스리그 경기 모습도 촬영해 비교·분석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예전보다 (퓨처스 리그) 시스템이 훨씬 좋아졌더라. 황 감독님을 비롯해 신경식·김동수 코치님, 전력 분석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다."
-4일 기준으로 시즌 타율(0.283)보다 득점권 타율(0.382)이 훨씬 높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하지 않나. 중요한 상황에서, 또 팀 분위기를 살릴 기회에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
-2군행을 자청한 배경은. "내가 부진했을 때 코치진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먼저 물었다. 어떻게 보면 2군행은 (현실) 회피로 보일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주전이 된 과정처럼, 다른 선수가 내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난 팀에 너무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 문제를 스스로 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좋은 모습을 되찾아야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 결정했다."
-류중일 감독이 계속 믿어줬다. "감독님께 감사하고 죄송하다. 믿고 내보내 주신만큼 더 잘하고 싶다."
-타격감이 살아난 시점에 관중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관중 입장이 두 번째 경기였던 7월 28일 SK전에서 1군에 콜업됐다. 원정 경기였는데 개막전처럼 느껴져 많이 떨리더라.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박수를 치고, 응원해주시니 확실히 더 재미있다. 집중도 잘됐다. 선수는 역시 팬으로부터 힘을 얻는 것 같다."
-올 시즌 목표는. "상위권 도약이 우리 팀의 목표다. 팬들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내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