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야구전문가들이 매년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 판도를 예측한다. 5강에 들어갈 팀을 예상해 달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보통 이런 예상은 주로 시범 경기 때 이뤄진다. 사실 그 시기에는 어느 팀이든 전체적으로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외국인 선수가 얼마나 활약할지, 어떤 신인들이 나올지, 군 복무를 마치고 오는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즌이 시작되고 20~30경기는 치러 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다. 매년 전문가들이 판도를 예상하지만, 매번 잘 맞히지는 못하는 이유다.
올해도 그랬다. 두산과 NC는 처음부터 강팀이자 우승 후보로 꼽혔다. 3~5위 자리는 삼성·한화·KIA·롯데·SK 등이 혼란한 각축전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그 예상권에는 없었던 넥센이 3위를 확정했다. LG도 4위를 선점하고 있다. 두 팀은 예상을 뛰어넘어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은 올해도 당연히 우승 후보라고들 했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 잘할 줄 아무도 모르지 않았을까.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기회 앞에서 몇 번 무릎을 꿇었다. 넥센도 그랬고, 롯데도 그랬다. 그러다 마침내 두산이 지난해 그 기회를 잡았다. 우승 기회가 왔을 때 그걸 거머쥐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조금 더 위로 올라선 느낌이다. 지금 같은 기세가 꽤 오래 유지될 것이다. 반대로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그다음 기회는 10년간 없을 수도 있다. 벌써 20년 넘게 우승을 못 해 본 팀들도 있으니 말이다.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이고 또 아쉬웠던 부분은 역시 좋은 투수가 참 없었다는 점이다. 팀 성적도 결국 투수들로 판가름 난 게 아닌가 싶다. 게임 수가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투수들의 역량이 이전보다 더 팀 성적을 좌우하게 됐다. 공격력은 10개 구단이 비슷하다. 결국 투수력에 따라 그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 갈린다.
두산도 탄탄한 선발진을 기반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외국인 투수도 더스틴 니퍼트에 이어 마이클 보우덴까지 들어오면서 더 강해졌다. NC 역시 이름이 독특한 투수들이 속속 나와서 잘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좋은 성적의 발판이 됐다.
넥센도 마찬가지다. 주축 투수들이 많이 빠졌는데도 생각 외로 새로운 투수들이 잘해 줬다. 마운드가 허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났다. 선발, 중간, 마무리가 비교적 잘 갖춰진 팀이다.
LG는 외국인 투수들의 역량보다 팀 내 기존의 한국 투수들이 잘해 주면서 막바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버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가을에도 야구를 하게 됐다. 반면 5강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한화는 투수 때문에 가을잔치와 멀어졌다. 큰 기대를 했던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부상으로 못 던지면서 초반부터 꼬였다.
가장 큰 이변은 아무래도 삼성이다. 예상보다 순위가 더 많이 떨어졌다. 금세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삼성도 결국은 투수가 문제였다. 내 기억으로 그동안의 삼성 야구는 6회까지 리드만 잡으면 거의 뒤집히는 일 없이 이기곤 했다. 올해는 그게 완전히 거꾸로 됐다. 후반에 가서 역전당하는 야구가 많았다. 오승환·임창용·안지만이 있을 때가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이 선수들이 빠지면서 전력의 빈자리가 무척 크다. 불펜과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 준다.
롯데와 SK도 기대보다 성적이 안 좋아서 아쉬움을 남겼다. kt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는 유독 부상자나 외국인 선수 등 변수가 각 팀마다 많이 나타났다. 그래서 정답을 예상하기가 더 어려운 시즌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