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예선 첫 경기 태국전에서 기존 예상과는 다른 라인업을 선보였다.
류 감독은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태국전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다. 민병헌(두산)과 손아섭(롯데)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중심 타선은 김현수(두산)-박병호-강정호(이상 넥센)가 맡았다. 6번은 나성범(NC)이 배치됐다. 하위 타순은 김민성(넥센)-강민호(롯데)-오재원(두산) 순으로 구성됐다. 류 감독은 "오늘(22일) 라인업이 대만전에도 적용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상 베스트 라인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달 18일 LG와의 평가전을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눈에 띄는 건 중심 타선의 변화다. LG전에서는 나성범-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내세웠다. 김현수는 6번에 자리했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 류 감독은 김현수를 원래 자신의 자리인 3번에 복귀시켰다. 나성범은 6번으로 선발 출장했다. 그는 "나성범을 3번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첫 경기인 만큼 긴장할 수 있다. 김현수는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며 변경 이유를 밝혔다.
류 감독의 말처럼 김현수는 대표팀 야수 중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09·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성적도 훌륭하다. 그는 4번의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25경기에 출장해 타율 0.400·15타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평가전에서 1번 타자·3루수를 맡은 황재균(롯데)은 이날 선발에서 제외됐다. 지명타자로 나섰던 나지완(KIA)도 먼저 벤치를 지켰다. 류 감독은 "황재균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고 했다. 황재균은 평가전에서 5타석에 들어섰지만, 무안타·2볼넷에 그쳤다. 타격감이 조금 떨어진 모습이었다. 나지완 역시 시즌 중 당한 오른팔 근육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감독은 타격 컨디션이 좋은 손아섭을 2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3루는 김민성이 지킨다. 리드오프의 중책은 민병헌이 맡았다.
류 감독의 선수들의 타격 컨디션을 선발 라인업을 짜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여기에 경험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늘보다 모레(24일) 대만전을 이겨야 한다. 대만과 홍콩의 경기를 직접 봤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