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예쁜남자'는 기대 이하의 평가 속에 종영했다. 평균 4%대 시청률. '아시아 프린스'장근석의 주연작으론 아쉬운 성적이었다. '장근석은 해외용'이란 혹평까지 들렸지만, 냉정한 평가를 받아든 장근석은 오히려 덤덤하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바에서 기자들과 만난 장근석은 "나는 아직 28살이다. 아직 30대도 안 됐는데 많은 분들이 지금의 나를 완전체로 보시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빨리 서른 살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름이 생기고 좀 더 연륜이 쌓이면 나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지 않겠냐"고 속마음을 터놨다.
-'예쁜남자' 시청률이 많이 아쉽겠다.
"성공 여부를 떠나 작품이 끝나면 늘 아쉽다. 1년 전으로 돌아간다해도 나는 또 다시 '예쁜남자' 출연을 선택했을 거다. 출연 결정 이후 편성을 7개월 동안 기다렸을 정도로 애착이 컸다. 연기나 작품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내공을 넓힌 드라마다. 장근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 나름 의미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면 중간에 이야기 흐름이 바뀐 점이다."
-촬영장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고.
"배우·스태프·감독님 모두 젊어서 소통이 잘 됐다. 5~6회쯤 '김보통(아이유)이 왜 독고마테를 좋아할까'가 큰 물음표로 다가오더라. 연기를 하는 내가 의문이 든다면 시청자들도 분명 이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걸 놓치고 가면 몰입도도 떨어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 같더라. 그래서 5시간 동안 작가·PD·조감독님과 이야기 하면서 의견 조율한 끝에 중간점을 찾아 촬영 진행을 했다. 조율 과정은 힘들었지만 촬영 후 만족스러워하는 스태프들을 보고 뿌듯했다."
-이번 작품과 캐릭터는 '미남이시네요'(09) '매리는 외박중'(10) '사랑비'(12) 등의 전작과 비슷했던 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나의 20대 마지막 로맨틱 코미디물다. 나름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는데 시청률 성적엔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발연기'라는 평가는 없으니 만족한다.(웃음) 지금처럼 1년에 한 작품씩 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예쁜남자' 판권은 높은 일본·중국·대만·홍콩·싱가폴·말레이시아 등에 비싸게 팔렸다. '장근석 카드는 해외에서만 통한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에서 잘 안 되면 해외에서라도 잘 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사실 나는 '많이 팔릴만한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그런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해왔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평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빨리 서른 살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도 조금 더 성숙해질테고."
-해외에선 뮤지션으로도 활발히 활동하는데 한국에선 왜 안하나.
"한국에서는 배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최종 목표는 죽을 때까지 배우로 활동하는 거다. 해외에서 뮤지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엔터테이너 이미지가 강해진 것 같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가리지 않고 한 것 뿐인데…. '이것 저것 하는 연예인'의 모습보다 '진짜 배우'를 꿈꾸고 있다는 걸 어필하고 싶다."
-한때 '허세'란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이젠 많이 벗어난 느낌이 든다.
"20~23세 때 인터뷰한 걸 보면 글부터 가치관까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가 묻어나더라. 사람들에게 멋져 보이고 잘나보이고 싶었다. 그런 것들 때문에 '허세 근석'이란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좀 더 솔직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때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빙빙 돌려 말하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손해보는 경우는 없나.
"솔직해서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일본·중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 나를 본 첫 반응은 '뭐 이런 애가 다 있어'였다. 나의 자유분방함을 인정해주고 개성으로 받아들여주더라. 나의 솔직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청담동 100억대 빌딩·논현동에는 40억대의 빌라·일본 시부야 건물 등을 소유해 '20대 청년 재벌' 타이틀을 얻었다. 부동산 재테크를 추구하는 특별한 이유는.
"주식은 리스크가 크니까. 하다보니 부동산을 하게 됐다. 선택하면 '무조건 직진'하는 성격 때문인가보다. 하하. 부모님이 관리하거나 시켜서 한 건 아니다. 아역으로 데뷔한 것부터 수입 관리까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사진=트리제이컴퍼니 / 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