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킴은 술을 잘 못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쉽게 빨개져, 편한 자리가 아니면 즐기지 않게 됐다고 한다.
로이킴의 이미지가 그렇다. 반듯하고 정돈됐고 단정하며 조금은 인간미가 떨어져보이는 느낌. 그래서 '애늙은이'라는 소리도 듣고, '엄친아'라는 얘기도 한 동안 따라다녔다. 중산층 이상으로 알려진 집안 배경이나, 미국 명문대 유학생이라는 신분도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한 몫을 했다.
그래서 실제 로이킴이 궁금했다. 이제 10대를 막 벗어난 로이킴은 어떻게 조숙함의 대명사가 됐을까. 만나서 긴 시간 이야길 나눠보니, 그런 점이 있긴 하더라. 근데 우리가 머리 속으로 그렸던 이미지와 다른 부분도 많았다.
'완벽'보다는 '여백'이란 단어와 어울렸고, '차갑다'란 느낌보단 '따듯하다'는 느낌이 앞섰다. 까다롭지 않았고, 인간적인 매력도 느껴졌다. 물론 스물한살 청년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조숙함'이 없진 않았다. '오디션 스타'의 숙명같은 외로움, 자작곡을 쓰고 표현하는 괴로움도 느껴졌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엔, 잘 못한다는 술도 제법 들이켰다. 편한 자리가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로이킴의 조숙함은
-가수가 되고나서 후회한 부분은 없나요. 불편한 점도 꽤 있었을 텐데.
"많이 있죠. 그런데 그런 이야길 하다보면 제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은 절 불쌍하게 보는 것도 아닌데요. 물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고요. 해결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가족들도 힘들어하고요. 제 친구들은 놀러 다니고 이성 친구들도 만나고 클럽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청춘일 때만 하는 걸 하고 있는데, 전 할 수가 없으니까. 공연하고 환호 받고 그러고 나서도 방에 혼자 있으면 외롭죠."
-최근에도 외롭고 그런가요.
"얼마 전에 박효신 선배님 공연을 갔다 왔어요. 원래 잘 울지 않는 성격인데 가수가 되고 나서 참 많이 운거 같아요. 박효신 선배님도 감정적인 분이고 상처받은 느낌도 있고 그래서 공연을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해병대에 간 친구랑 같이 봤는데, '얘가 왜 이러나' 하더라고요."
-자주 눈물을 흘린다고요.
"끝까지 참긴 해요. 정말 울어버리면 제가 진짜 잘못한 거 같이 느껴지고요. 참고 참는데 누가 이렇게 끌어내면 눈물이 나요. 저번에 서울에서 전국 투어를 시작하는데도 울컥했어요. 올림픽 홀이 꽉 찬 걸 보고 울었어요. 사실 울면 감정도 흐트러지고 음정도 깨지니까 참으려고 해요. 괜히 웃긴 생각도 하고요."
-나이답지 않게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까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지는 거 같아요. 제 인생의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이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이 음악을 쓸 때잖아요. 내가 느끼는 감정선 그대로 입 밖으로 내놓는다면 음악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숨게 돼요. 남들에게 제 진짜 감정을 얘기하는데 두려움이 생기니까요."
-올해 발표한 정규 앨범을 들어봐도 음악이 굉장히 깊어졌어요.
"제가 들어왔던 음악들도 여러 번 곱씹으며 듣는 음악들이었고요. 19일에 새 음악이 나오는데 그 곡은 얼마 전 부산 콘서트 때 썼어요. 공연은 참 기분 좋게 끝났는데 호텔에 들어가니 방이 너무 큰 거예요. 침대가 3개나 있는 방이었는데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기분에 혼자 청하 한 병을 마시면서 써내려갔던 곡이에요. 가사가 너무 우울해지더고요.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그런게 아니잖아요. 에이파트는 외로운 느낌인데, 뒤에는 좀 바꿨어요."
-많은 인기가 외로움엔 별 도움이 안되는 거 같아요.
"인기가 많은 것과 외로움은 별개인거 같아요. 인기가 많다고, 그걸 즐길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지다고 그게 외로움을 견디는데 도움이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로이킴하면 슈트 패션이죠.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요.
"아니에요. 보통은 흰 반팔티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다녀요. 얼마 전에 베스트 드레서상을 받았는데 우리끼리 엄청 놀랄 정도였죠. 그래도 츄리닝에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고요. 하하. 오늘도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어머니가 직접 목 폴라티를 사다 주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