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박보검(이영)은 개구쟁이 모습부터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또 한 번 여심을 흔들었다.
박보검은 마음이 끌리고 호감가는 인물 앞에서는 능청스러운 거짓말까지 쳐가며 괜히 한번 씩 툭툭 건드렸다.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실력은 가히 수준급. 김유정을(홍라온)을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서 상황을 지배했다.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박보검은 흡사 고무줄을 툭 끊고 도망가는 꼬마 아이처럼 영락없는 소년미를 뽐냈다. 미모, 연기도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1988'의 최택과는 180도 다른 매력을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
진영(김윤성)과의 은근한 삼각관계 분위기 속에서는 당당했고, 위로를 받아야 할 땐 위로를 받으며 자존심을 앞세우지 않았다. "배고픈 적은 없었을지 몰라도 마음이 고픈 적은 있는 것 같다. 마음이 부자인 자에게 정을 조금만 나눠 받아보실 수 없느냐"는 김유정의 말에 흔들린 눈빛는 보는 이들을 빨려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장난끼 가득한 성격도 천호진(김헌) 등 눈엣가시로 여기는 관리들 앞에서는 금세 날카로워졌다. 박보검은 날아든 화살에 꽂힌 백성의 원통함이 적힌 쪽지를 읽으며 "백성이 가난한 게 어찌 관리들 탓이냐. 나랏님 탓 아니겠나. 관리보다 나라의 문제다"고 이죽거렸다. 줏대까지 확실하니 흐뭇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질 포악한 '똥궁전'이라 불리지만 겉으로는 나쁜남자, 마음 속으로는 제 여자에게만 착한 남자는 여심을 녹이는데 최적화 된 인물이다. 위기의 순간 구세주처럼 슬쩍 나타나는 포인트까지 완벽하다. 물론 아무리 좋은 캐릭터라도 배우를 잘 만나야 살아나는 것은 당연지사. 연기력에 비주얼이 옵션인 박보검은 이를 찰지게 소화해 내면서 본인과 캐릭터의 매력을 동시에 배가 시키고 있다.
이 날 진영은 지붕 위에서 떨어진 김유정을 품에 안으며 "진짜 내관이 맞냐. 내관이 이렇게 고운 건 반칙 아닌가"라고 물었다. 시청자가 박보검에게 느끼는 마음을 표현하기 딱 좋은 대사다. 잘 할 줄 알았지만 기대 이상의 실력을 입증시키며 주연 배우 자리에 안착한 박보검이 앞으로 '구르미 그린 달빛'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더욱 기대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