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신문기자' 내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PD가 한국을 찾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문기자'는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집요하게 쫓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현 정권과 저널리즘을 향한 촌철살인 메시지로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배우 심은경이 주인공인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시작한 이는 카와무라 미츠노부 PD다. 그는 원작이기도 한 '신문기자'의 저자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행보를 보고 이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결심했다. 이에 대해 "'신문기자'라는 책에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매스컴과 정권이 접점을 갖게 되는 기자클럽이라는 것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곤란할 만한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특히 최근 4~5년간은 더욱 그랬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관방장관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기자들 사이에서 고립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질문을 던지는 그 기자를 보고 진정한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극장에 걸리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TV 광고를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이에 대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으나, 일본인 특유의 '해서는 안되는 것을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위험하지 않을까 해서 연출 제의를 두 번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한,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이 영화는 TV에서 전혀 다뤄주지 않았다. 소개해 준 곳은 신문과 SNS뿐이었다. 라디오 광고 또한 거절 받았다. 그런 것들이 압력"이리고 주장했다.
특히 이 영화는 얼어붙은 한일 정국 속 개봉하게 돼 눈길을 끈다.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일본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지켜봐야할 일. 카와무라 미츠노부 PD는 "정권과 정권의 대치와 국민의 국민의 대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개인 대 개인이다. 개인의 집합이다. 집합 안에 있는 개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개인과 개인이 어떤 식으로 만나느냐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개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흥행한다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일본에서 아베 총리가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님도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신문은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신문의 자리를 새로운 플랫폼이 채워가고 있는 상황. '신문기자'는 왜 올드한 플랫폼인 신문을 소재로 택했을까. 카와무라 미츠노부 PD는 "신문이야말로 모든 미디어의 발신이 되는 원점이 되길 바라고 있다"며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결국 정치에 흥미를 갖지 않게 되는 것이며, 신문이 팔리지 않게 되는 곡선이 정치에 대한 관심의 하락과 같다. 신문이 읽혀지는 것이 정치에 흥미를 갖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흥미를 갖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여긴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한국배우 심은경이 출연해 시선을 모으기도 한다. 심은경은 한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본인 기자를 연기한다. 심은경 캐스팅에 대해 카와무라 미츠노부 PD는 "심은경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 다른 일본 여배우에겐 전혀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다. 지적이며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는 점, 진실을 추구하는 캐릭터에 심은경이 딱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많은 소문이 있는 것 같은데, 일본 여배우가 다 출연을 거절했기 때문에 심은경을 내세웠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일본과 한국 영화 제작 방식의 차이가 심은경에게는 놀라웠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3개월간 천천히 촬영하는 영화를 해왔다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한달도 채 되지 않는 단기간에 영화를 촬영한다. 그러한데도 심은경은 훌륭한 표현을 보여줬다. 일본어라는 높은 허들도 훌륭하게 넘어줬다"고 칭찬했다.
두 사람은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기대하고 있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어쩌면 한국이 일본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흥미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일본의 젊은 관객들은 우리 영화의 내용을 픽션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느낄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카와무라 미츠노부 PD는 "이 영화르 처음 만들고자 했을 때 영화가 갖는 역할을 강하게 의식했다. 영화는 자유로워야만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에게 이 영화의 매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