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평가전이 열린 19일 일본 오키나와 셀룰라스타디움.
원정팀 WBC 대표팀의 훈련이 시작되자 정장 차림의 노신사 한 명이 3루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났다. 그의 등장에 일본 취재진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전 주니치 사령탑이자 현재 라쿠텐 구단 부회장을 맡고 있는 호시노 센이치(71) 감독이었다. 호시노 전 감독은 방문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근처에서 일을 보다가 한국의 경기가 있어서 찾았다"고 짧게 답했다.
호시노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외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이리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자 선동열 WBC 대표팀 투수 코치가 전력으로 달려왔다. '국보' 투수 선동열 코치가 어린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전력질주를 하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한 걸음에 달려오는 제자의 모습에 호시노 전 감독은 껄껄 웃었고, 취재진 역시 폭소했다. 선동열 코치는 호시노 전 감독의 손을 꼭을 잡으며 안부를 물었다.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헤어졌다.
호시노 전 감독과 선동열 코치는 사제지간이다. 선 코치가 지난 1996년부터 4시즌 동안 일본 주니치에서 뛸 때 당시 사령탑이 호시노 전 감독이었다. 당시 맺은 인연으로 선 코치가 호시노 전 감독은 식사를 대접하거나 스프링캠프에서 연습 경기를 하는 등 돈독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호시노 전 감독은 '열혈남아'로 유명하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자신감 잃은 모습을 보이면 분노를 폭발시키며 독려한다. 선 코치도 호시노 전 감독에게 호되게 혼난 경험이 있다. 주니치 입단 첫해인 1996년 선 코치는 일본 야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을 거듭했다. 선 코치는 "살면서 그렇게 혼난 경험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호시노 전 감독의 독려 속에 선동열 코치는 주니치의 마무리로 활약했고, '나고야의 태양'으로 불렸다.
선동열 코치는 "오늘 도쿄로 돌아가시는데, 격려해주시기 위해 잠깐 들리셨다. 도쿄 라운드에 오게 되면 보자고 하셨다. 감사하다"고 스승과 재회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