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키움 선수단에 찍힌 물음표 중 하나가 모터의 타격이었다. 모터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 프로팀과 연습경기(6경기)에서 타율 0.167(18타수 3안타)로 부진했다. 몰아치기도 없었다. 멀티히트 제로. 마지막 연습경기이던 지난 5일 퉁이 라이온스전에선 3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침묵했다. 손혁 감독은 찜찜함을 안고 캠프를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모터의 타격을 시범경기에서 확인할 계획이었지만 불발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범경기가 취소됐고 개막전까지 미뤄졌다. 모터는 캠프가 끝난 뒤 팀 동료 제이크 브리검, 에릭 요키시와 함께 한국이 아닌 미국 플로리다로 향했다. 1군과 분리돼 따로 몸을 만들었다. 당시 손 감독은 "경기할 때 움직임이나 국내 투수를 상대로 적응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모터는 지난 26일 브리검, 요키시와 함께 귀국했다. 개막일이 확정되면 2주 전 팀에 복귀할 계획이었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스케줄이 조정됐다. 27일부터 정부가 미국발 입국자에 한해 2주 자가격리 방침을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 키움은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 뒤 음성 판정이 나오면 외국인 선수들을 4월 3일부터 팀에 합류시키려고 했다. 시범경기는 취소됐지만, 자체 청백전을 통해서라도 모터의 타격을 테스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데 이 계획도 일단 무산됐다. KBO는 모터가 입국한 26일 오후 외국인 선수가 '지각 합류'한 키움, 삼성, 한화, LG, KT 5개 구단에 외국인 선수 2주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기를 고려해 혹시 모를 감염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결정에 따라 키움은 최소 4월 9일까지 외국인 선수가 팀 훈련에 참여할 수 없다. 구단은 현재 4월 6일까지만 훈련 스케줄을 확정한 상태다.
손혁 감독은 "(투수들보다) 모터가 조금 걱정된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거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한국 투수의 볼 배합 자체가 다르다는 게 손 감독의 생각이다. 생소한 국내 투수들을 상대하려면 적응기가 필요하지만, 모터는 이 기간이 짧은 상황이다. 아무리 미국에서 철저하게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고 해도 체계적인 팀 훈련과는 차이가 있다. 긴장감 자체가 다르다.
모터는 공격보다 수비가 강점이다. 내야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다. 일단 손혁 감독은 주전 3루수로 기용을 고려 중이다. 그런데 대만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타격 능력이라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때마침 포지션 경쟁자인 김웅빈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실전 테스트를 거쳐 모터에 찍혀 있는 타격 물음표를 지워내야 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