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애프터 브라질’ 기술위원회부터 바로 세워라
한국축구가 브라질월드컵의 참패를 딛고 일어서려면 기술위원회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각급 국가대표 선수의 선발과 지도자의 양성, 유소년 축구 발전과 관련된 제반업무, 축구 기술자료 수집 및 분석활동 등의 막중한 임무가 있다. 어느 나라든 기술 파트가 축구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 기술위원회는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일단 유명무실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2011년 11월, 취임했지만 한 달도 못 가 조광래(60) 전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팀 감독을 중도 경질하는 과정에서 기술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현 집행부 들어 기술위원회는 또 한 번 철퇴를 맞는다. 축구협회가 작년 5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황보관 위원장을 기술교육실 산하 대표팀지원팀장으로 발령냈다. 기술 파트 최고 수장이 대표팀지원팀장을 겸임하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술위원회의 위상이 추락했고 역할도 모호해졌다. 사실 당시에는 기술위원장이 바뀌고 기술위원회도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아래 없던 일이 됐다. 결국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기술위원회의 손발이 묶였고 허술한 전력분석으로 이어졌다.
6월23일(한국시간) 알제리와 조별리그 2차전 때 한국은 정보전에서 완전히 뒤졌다. 알제리가 벨기에와 1차전에서 선발멤버를 5명이나 바꾸자 한국은 우왕좌왕하며 전반에 12분 동안 3골을 헌납했고, 와르르 무너졌다. 상대 파악에 완전히 실패했다.
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6명의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TSG)을 운영했다. 황보관 위원장과 1명의 기술연구원이 대표팀 훈련과 운영상황을 기록·분석했다. 또 안익수 기술위원과 김상호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 1명의 외부전문가는 다른 나라 경기를 비롯해 결승까지 관전한다. 나머지 2명은 한국의 상대국인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분석을 담당했다. 또한 TSG와 별개로 안툰 두 샤트니에 전력분석 코치도 따로 영입했다. TSG와 안툰 코치가 대회 기간 동안 어떻게 분석 작업을 했고, 대표팀에 얼마나 양질의 자료를 제공했는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앞으로 기술위원회는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기술위원회는 무조건 바뀐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술위원회로 다시 태어나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단 상근 기술위원을 둬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황보 위원장은 3년 전 취임 당시 상근 기술위원을 뽑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예산문제가 늘 거론되는데 꼭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기술위원회가 소신껏 대표팀의 자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축구인은 "대표팀 선수를 뽑을 때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감독이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이것은 간섭과는 다른 것이다. 대표팀과 기술위원회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