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일본 판도 순항 중이다. 원작 그대로 연출에 반영,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시그널'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다. 과거와 연결된 무전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경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당시 무전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김혜수·조진웅·이제훈의 뛰어난 연기력과 김은희 작가의 필력이 더해져 최고시청률 12.5%(닐슨코리아 유로 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만 머물기엔 아까운 작품이었다. 곧바로 일본에 수출됐고, '시그널' 일본 판은 지난 10일 일본 지상파인 후지TV에서 첫 방송됐다. 일본 판은 16회였던 원작과 달리 10부작으로 방송된다. 그동안 일본에 리메이크된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주말에만 방송됐다. 평일에 전파를 타는 것은 '시그널'이 최초다.
베일을 벗은 '시그널' 일본 판은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첫 방송은 관동 지역에서 9.7%, 관서 지역에서 12.9%를 기록했다. 2회는 관동 지역 8.4%, 관서 지역 14.3%를 기록했다. 전작이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출연했음에도 7.2%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성공적이다. 사실 '시그널' 일본 판은 캐스팅과 포스터 공개 당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어떤 작품이든 리메이크하면 따라붙는 '원작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원작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러나 첫 방송 이후 이러한 반응은 쏙 들어갔다. '무전기로 과거와 연결되는 판타지적 설정이 독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며 '원작을 보고 싶다'는 댓글까지 달릴 정도다.
이런 호평을 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일단 원작의 연출 문법을 고스란히 따랐기 때문. 원작 첫 회에서의 회상신과 비오는 신, 이제훈과 조진웅의 첫 만남 등 설정 장면이 매우 흡사하다. 게다가 김혜수의 역을 연기하는 키치세 미치코는 짧은 머리카락과 스타일링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제훈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백팩도 마찬가지다. 또한 영상미까지 원작의 그것과 비슷했다.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는 일간스포츠에 "일본에서도 원작의 연출을 칭찬했다. 원작이 정말 좋아 그 틀을 벗어난다면 '시그널'만의 맛을 살리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원작 연출 문법 그대로를 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은 첫 회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지 못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간관계가 들어가고, 이들이 얽힌 과거 스토리가 풀리며 시청률이 올라갔다. 일본에서도 이런 과거들이 하나씩 밝혀지면 더 큰 반응을 이끌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본 판에서는 성수대교 사고 등 한국 에피소드가 빠질 예정이다. 그래서 10부작이다. 그러나 뼈대는 그대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