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니퍼트(33)가 시즌 초반 3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88로 부진했을 때만 해도 "외국인 투수가 3년 이상 국내에서 잘하긴 힘들다"는 통설이 적용되는 듯했다. 당시 니퍼트는 마운드 위에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6일 대구 삼성전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구위는 지난해 전반기에 가장 좋았을 때의 감을 찾았고, 강점인 빠른 공의 구속은 시속 150㎞를 넘나들었다. 22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니퍼트가 안정을 되찾은 비결은 뭘까. 최근 그의 전담포수로 나서고 있는 김재환(26)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차명석 MBC SPORTS+ 해설위원은 "'외국인 투수가 국내 경력이 오래되면 잘하기 힘들다'라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몇십 년씩 뛰면서 잘하는 투수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며 "중요한 것은 볼 배합이다. 니퍼트가 몸 상태도 괜찮고, 구위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전과 달리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한다면 그건 투구 로케이션의 문제다. 여기에서 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전과 다른 볼 배합과 변화구 활용이 필요하다. 특히 투수는 타자한테 맞아나가면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면 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럴 때 포수가 영리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투수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니퍼트는 지난 16일 경기부터 김재환과 배터리를 이뤘다. 송일수 두산 감독과 강성우 배터리코치는 김재환을 시즌 중 니퍼트의 전담포수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주 호흡을 맞추게 했다. 강성우 코치는 "어차피 우리 팀의 주전 포수는 양의지다"면서 "백업인 (김)재환이가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투수가 그를 찾게 해야 한다. 니퍼트는 팀의 에이스다. 그의 전담포수로 나선다면 재환이에게는 기회가 보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니퍼트는 "김재환의 리드가 좋다"면서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도 니퍼트-김재환의 배터리는 자주 볼 수 있을 듯하다. 송일수 감독은 "큰 문제가 없다면 니퍼트가 등판하는 날에는 김재환이 포수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