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돌아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순위표에 드러난 사실이다. 지난 5월 27일 이후 지금까지 리그 순위표에서 1위 자리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초반 제주 유나이티드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하던 전북이 수위를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27일 현재 14승5무4패(승점47)로 2위 수원 삼성, 3위 울산 현대(이상 12승6무5패·이상 승점 42)에 승점 5점 차로 앞선 단독 1위를 질주 중이다.
전북의 독주는 시즌 초부터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결과였다.
2014, 2015시즌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달성하고 2016시즌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강팀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때도 12팀 중 9개 팀의 사령탑이 전북을 우승 후보 1순위로 꼽았다. 기존 전력을 유지한데다 심판 매수 사건 징계로 올해 ACL 참가자격이 박탈돼 K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뚜껑을 열어보자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전북은 초반부터 선두 싸움을 펼치며 1위 자리에 오르더니 지금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작년만큼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레오나르도(31)가 이적하고 로페즈(26)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을 날리는 등 전력 손실도 있었고, 달아날 기회마다 번번히 승리를 놓쳐 2위권 팀들의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은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과 안정된 수비를 앞세워 착실히 승점을 쌓았다. 여기에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21라운드부터 23라운드까지 3연승을 달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졌다.
순위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북이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보인다. 전북은 23경기를 치르는 동안 43골(최다득점 1위)을 넣고 단 20골(최소실점 1위)만 내줬다. 공수 양면에서 밸런스가 가장 좋았다는 의미다. 또한 압도적인 득점 1위, 도움 1위는 없지만 23경기를 치르는 동안 골맛을 본 선수만 13명이다.
이 중 3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7명에 달하고, 김신욱(29)과 에두(36)는 각각 9골, 7골로 득점 5위·8위에 올라있다. 도움 부문에서도 김진수(25)와 이재성(25)이 각각 7위(5개), 9위(4개)를 기록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1강’ 전북다운 숫자들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일단 공격의 핵이 되는 최전방의 김신욱-에두-이동국(38)을 막아도 로페즈, 에델, 이재성, 이승기(29) 등이 포진한 2선에서 골을 만들어내는 공격력이 껄끄럽다. 여기에 국가대표 좌우 풀백 김진수-최철순(30), 그리고 무서운 신인 김민재(21)와 ’이적생’ 이재성(29) 등이 버티고 있는 포백라인의 견고함을 뚫기도 어렵다. 여기에 12개 구단 중 가장 두터운 스쿼드를 보유한 팀이라 매 여름마다 각 구단을 고생시키는 체력 문제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전북이 지금까지 1위를 지키며 달려왔고, 후반기에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